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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2위의 산   키타타케(北岳)

 

일본은 동서를 대각선 모양으로 길 게 늘어서 있는 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땅이다.  이러한 섬들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섬을 혼슈(本州)라고 하는데,  동북-서남 방향으로 길 게 늘어선 혼슈의 중간을 남북으로 가르며 일본 알프스라는 산맥이 솟아이다.  이 일본 알프스는 대충 3개의 큰 산맥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비스듬히 솟아 있는데,  이를 北알프스, 중앙 알프스, 南알프스라고 한다.   일본식 명칭으로는 각각 飛だ(히다)山系, 木曾(키소)山系, 赤石(아카이시)山系라고 하는데 보통은 알프스라고들 부른다.

일본이 개국후 유럽의 선교사들이 일본에 들어와 근대적인 등산문화를 전파하면서 이 산맥들에 일본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일본에서는 이때 붙인 알프스라는 이름을 아직도 애용(?)하고 있다.   처음 일본알프스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는 어째 좀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자꾸 듣고 쓰다보니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지내고 있다.   아무튼 이 일본알프스가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칸토(關東)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칸사이(關西)를 나누고 있다.  그러고 보니 關東, 關西는 중국식 지명아닌가?   


사진 맨 뒤편의 北岳은 가운데 계곡을 따라 거의 직선으로 계속 올라가다 능선에 오른후 능선을 따라 오른편으로 오르는 극히 단조로운(?) 산행이다.

이중 南(미나미)알프스는 北(키타)알프스와는 달리 어째 좀 인기가 없는 듯하다.  하쿠바(白馬)타테야마(立山), 노리쿠라(乘鞍) 등으로 유명한 北알프스는 여행잡지나 스키잡지, 온천잡지 등 각종 관광안내서에 빠짐없이 나오지만, 南알프스는 뭐 번듯한 소개책자 하나 없는 것 같다.  기껏 등산안내서나 사봐야 나올까.  지도책을 펴들고 한참을 찾아봐도 근처에 그럴 듯한 온천도 없는 것 같다.  

하기사 그렇게 따지면 중앙알프스도 별거 없지만  中央자동차도 옆에 있기에 자주 다녀서인지 그다지 낯선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아무튼 미나미알프스는 높이를 보면 3,000m급 연봉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곳이고,  겨울에 나가노자동차도(고속도로)를 타고 오다보면 저 멀리 보이던 하얗게 눈이 싸인 높은산들이 근사해 보였는데 왜 그리 유명하지 않은지?  근처에 있는 후지산에 가려져서인가??   궁금해서라도 언제가는 꼭 한번은 올라가봐야겠다는 작심을 하고 있기는 했는데 좀처럼 가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냥 그렇게 생각 한구석에만 남아있던 미나미알프스였는데,  7월의 어느 날  야마나시(山梨)현의 어느 넓은 들판에 갔다가 눈앞에 벌떡 서 있는 미나미알프스의 연봉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다음주 바로 일본 제 2위의 봉우리 키타타케(北岳)를 향해 떠났다.  갑작스럽고 무리한 산행제의에도 흔쾌하게 동행해주는 H와 함께.   


7월말에도 아직 녹지 않은 계곡의 눈.  두꺼운 곳은 두께가 아직도 2~3m 정도는 되어 보였다.


마침내 올라선 능선길 정상 - 八本齒
のコル 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미리미리 치밀한 조사나 계획세우기와는 애당초 거리가 먼 나였지만,  그래도 대충이나마 짠 산행계획은 퇴근후 바로 출발해서 등산로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해서는 저녁때까지 산을 내려와 나고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무박 2일코스.  물론 등산안내서에는 2박3일 코스라고 추천일정이 나와있지만, 거리랑 시간이랑 대충 맞춰보니 가능할 것 같았다.  

밤길을 달려  거의 자정무렵 미나미알프스市에 들어섰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외래어로 지어진 (카타카나로 표기된) 市란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산후 산입구의 芦安村을 지나다 보니 여기저기 온천 안내 간판이 눈에 띄인다.  이 근처에는 온천이 없는줄 알았더니 꽤 있네!   

깜깜한 밤 산길로 접어드는 입구에는 큼직한 안내간판이 걸려있는데,   아뿔사 등산로 입구인 廣河原까지 들어가는 도로는 일반차량은 진입금지란다.   등산시즌인 7월 17일부터 8월 25일까지만 그렇게 한단다.   7월 17일이면 바로 몇일전인데...  갑자기 머리기 아파왔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가는데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구미호가 튀어나올 듯한 숲길을 한참을 오르자 아니나 달라,  그 한밤중에도 차단기로 도로를 막아놓고 경비아저씨가 지키고 서 있었다.  일반차량은 夜叉神이라는 곳까지 조금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주차할 곳이 없을지도 모르니 여기서 세워놓고, 내일 아침 버스타고 올라가라고 하길래 일단 올라가보고 없으면 다시 내려오겠다고 해서 통과했다.


능선길에 오르자마자 돌산이 계속된다.  바람이 가끔씩 구름을 흩어주어 장쾌한 경관이 나타나곤 한다.


능선에서 갈라져 間
ノ岳(3189m)으로 가는 北岳트래버스길 --- 지도에 이길은 꽃밭으로 표시되어 있다.

얼마쯤 산길을 올라갔을까?  다시 철문으로 도로를 막아놓은 夜叉神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침 6시에 버스 첫차가 출발한다고 한다.   차에서 졸다가 깨다가 5시에 일어나서는 산행 채비를 하고   20명정도의 등산객들과 함께 버스를 탔다.  산허리를 깍아놓은 터널투성이 산길을 45분 달려 말그대로 넓직한 하천옆의 주차장 廣河原에 도착했다.   

산길 도중에 보니 반대편 산기슭에도 새로 만들어 놓은 듯한 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었는데  결국 두 개의 도로가 廣河原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일반차량은 통행금지를 시켰다는데  아래편 주차장에 일반차량이 잔뜩 세워져 있어  물어보니 반대편 도로는 일반차량이 통행가능하단다.  뭔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미리 미리 도로상황을 알아보지 못한 내가 잘못한 걸로 치고,  夜叉神으로 내려가는 막차시간을 알아보니 오후 5시 15분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허둥지둥 산으로 향했다.  출렁다리를 지나  廣河原산장을 지나 저멀리 보이는 능선을 향해 출발!  


산행은 이 다리를 건너며 시작된다. 멀리 서있는 北岳

1시간 남짓 걸려 계곡의 숲지대를 지나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있는 넓직한 계곡 위로 능선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데 가도 가도 거리가 줄지를 않는다.  

발길에는 돌만 채이고 햇볕은 따갑게 내리쬐고 마음은 급하고.  가끔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산객들은 여유있게 산을 오른다.  아마 산정상의 산장에서 자겠지.   

일본에는 30-40대 등산객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세대가 지내던 학창시절에는 각종 레져스포츠나 오락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등산은 고루한 취미활동으로 취급되어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던가.

가파른 산길을 나무사다리를 타고 오르다가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 양쪽의 깊은 계곡 저편으로 솟아있는 커다란 산들.   그러나 이러한 경치도 잠시후 몰려오는 구름사이로 숨어 버렸다.   바람과 구름과 간간히 날리는 빗방울 속에서 돌밭길을 계속 올랐다.  

시커먼 돌틈사이로 보이는 산꽃들.   이걸 보려고 7월이 지나기 전에 부랴부랴 무리해서 올라왔는데,  5시 15분 막차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다.   그래도 짬짬히 카메라를 들이대며 산길을 오른다.  능선길이 좁아지고 산비탈이 급해지더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   사방은 구름속에 숨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증명사진 몇장 찍고 이것저것 챙겨먹은 후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 아래 비탈길.  돌틈 여기저기 산꽃들이 초롱초롱 붙어있다.


드디어 정상!  일본에서 후지산(3776m)에 이어 두 번째(3192.4m)로 높은 곳이다.  세 번째는 오쿠호타카(3190m).  이곳 키타타케 정상 에는 다른 높은 산들과 달리 조그만 神社가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장보살이 있었다.


정상 아래에서 北岳산장으로 가는 능선길. 이 능선길이 주변이 온통 꽃밭이라는데...  저 아래편에 붉은색 지붕이 보인다.

터덜터덜 돌 구르는 산길을 내려와 다시 계곡길로 접어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맞은편 산아래가  廣河原인데 도무지 거리가 줄지를 않는다.  아예 목적지가 보이지나 않았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수도 있었는데..

막차시간에 못맞출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미리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6시가 넘어서 주위가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텅빈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기운이 빠져 벤치에 누워있다가  다음날 산행을 하려고 근처에서 어영부영하는 일본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차들은 가져왔지만 일반차량 통행이 가능한 아래편 도로로 내려가면, 3~4시간 걸려야 우리 차를 세워놓은 夜叉神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쇠문으로 막아놓은 입구를 넘어가서 12km의 산간 도로를 걸어 내려가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산장 내부 - 다행히 다닥다닥 붙어자지는 않았다.

결국  廣河原산장으로 돌아가서 설익은 밥위에 얹은 맛없는 카레를 저녁식사로 얻어먹고는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침상으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 썼다.  (1박 2식 7,600엔 - 어휴!!)   

새벽 4시부터 산행채비를 하는 부지런한 등산객들의 부산함에 잠을 깼지만 어차피 산을 내려가는 첫차는 7시였다.  라면을 끓여먹고 버스를 타고 산을 내려와 세워놓은 차를 몰고 나고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시간과 비용을 잔뜩 들여 허둥대기만 한 2박3일의 아쉬운 산행을 마쳤다.  

산꽃 구경하려고 올랐던 7월말의 北岳  -  결국 목적의 반정도밖에는 채우지 못한 50점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얻은 교훈은 있었다.  

첫째 불확실한 가능성을 좇아 허둥대지 말고 기회있을 때 즐길 것.  둘째 자동 디지털카메라는 어차피 한계가 있으니 고급 디카를 못살 바에야 철커덕거리는 수동카메라를 들고 다닐 것.   


쌀알 만한 빨간 꽃 - 수동카메라였다면!!


 


해발 3000m가 넘는 정상아래 산비탈에서 하늘매발톱을 찾아냈다. 일본꽃도 우리나라 하늘매발톱과 똑 같은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산꽃밭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알고,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꽃을 찾아낸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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