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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3위의 산   오쿠호타카(奧ほ高)

 

일본 북알프스의 산을 하나 오르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결국 오쿠호타카(奧ほ高 3,190m)를 오르기로 결정하였다.  원래는 북알프스의 상징인 야리가타케(槍ヶ岳),  타테야마의 츠루기타케(劍岳),  南알프스의 키타다케(北岳) 중 하나를 오르려고 했는데 동행인 H의 의견에 따라 오쿠호타카를 선택하였다.  
H의 이유인즉슨 단지 일본에서 3번째로 높기 때문(첫번째는 후지산 3,776m, 두 번째는 키타다케 3,192m)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가미코지(上高地)의 갓파바시에서 정면에 바라다 보이는 산이 오쿠호타카였기 때문이다. 가미코지의 들끓는 인파에 지쳤으면서도 눈앞에 하얗게 벌떡 서있는 오쿠호타카를 한참을 쳐다보며, 침을 여러번 삼켰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오쿠호타카(오른편),  왼편은 西호타카 연봉의 마지막 봉우리 쟌다름(3,163m)

 
니시호타카(西
ほ高) 연봉

연일 계속되던 비가 잠시 멈추는 주말, 새벽 2시에 집을 나섰다.  시간이 없는 나로서는 2박 3일의 코스를 1박 2일에 뛰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나고야 시내를 벗어나 中央自動車道를 달리다 나가노自動車道로 바꿔타고 마츠모토(松本)에서 내렸다.  편의점에 들러 물과 점심거리, 비상식을 산후 가미코지로 향했다. 가미코지로 올라가는 산길은 깊은 계곡과 댐이 계속되는 절경이지만 자주 보니 시들하다.

 일반차량 통행이 금지된 釜터널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1일 500엔)까지 올라갔다.  차를 세우두고 왕복버스표(1,800엔)를 샀다.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가미코지.  오른편의 봉우리는 활화산인 야키다케(燒岳), 멀리 구름에 싸인 산은 노리쿠라(乘鞍)

아직 이른 새벽(6시 30분)이었지만 벌써부터 버스는 앉을 자리가 별로 없었다.  종점 가미코지 주차장에서 내려 갓파바시를 지나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출발!!

출발은 했지만 사실 어느쪽으로 올라가야 할지 결정을 못한 상태였다.  만일 비가 올 것 같으면 능선길을 피해서 요코오(橫尾)->가라자와(から澤)->호타카다케산장까지 가고,  날씨가 괜찮을 것 같으면 바로 눈앞에 서있는 다케자와(岳澤)->前호타카->오쿠호타카->호타카다케산장의 루트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계곡길을 조금 걷다보니 금방 갈림길이 나오고, 나무숲 사이로 하늘을 보니 날씨는 괜찮을 것 같았다.  잘됐다 싶어 지루한 계곡길을 피해 바로 다케자와(岳澤)루트를 택해 숲길을 오른다.

 
明神岳의 능선.  가끔 능선을 종주하는 팀이 보인다. 낙석투성이

 어느덧 숲이 걷히고 하얀 바위사태길을 오르다보니  화창하게 활짝 개인 하늘아래 다케자와휴테(岳澤Hutte=>산장)가 나온다.

가미코지와 야키다케(燒岳)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면서 땀에 젖은 등을 말렸다.  산장에서 물을 1리터(100엔) 산 후 다시 출발.  

길은 점점 가파라지면서 손을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철제사다리와 쇠사슬이 연속되는 바위길을 한참을 오르다 보니 양옆으로 西호타카 연봉과 明神岳의 연봉이 늘어서 있다.

가끔 쉬면서 휴대전화를 걸어본다. 西호타카산장에 중계기가 설치되어 있어 이쪽 길에서는 전화가 된단다. H는 새로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열심히 보내고 있다.

 
前호타카, 奧호타카, 明神岳의 갈림길

이미 숲은 사라졌고 낮은 관목과 돌뿐인 바위길.  한참을 오르다보니 드디어 前호타카(3,090m)와 奧호타카(3,190m)의 갈림길에 도착했다.  

죄들 배낭을 벗어놓고 前호타카를 갔다오는 모양이다.  20분쯤 오르면 前호타카이지만 이미 가스가 몰려와 산정은 보이지 않았고, 시간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기에 바로 奧호타카로 향했다.

最底코루(?)를 지나는 바위능선길은 가스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고, 바위에 그려놓은 동그란 페인트 표시를 보며 길을 찾아 나갔다.

 
갑자기 가스가 몰려온 후, 능선은 구름으로 뒤덮혔다.

길 아래는 분명히 한참을 굴러야 멈출 것 같은 절벽인데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덕분에 바위길 꽃밭도 잘 보이질 않고, 가끔씩 바람에 날려 굴러 떨어지는 돌덩어리 소리들만 들린다.  이번 산행은 영 안보이네!  

자켓을 꺼내입고 능선길에서 쉬다가 가끔씩 만나는 등산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일본에도 혼자 다니는 등산객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등산로는 능선 정상밑의 남측을 따라 이어져 있었는데 가끔씩 능선의 정상에 올라서 북측을 내려다 보면,  하얀 눈이 쓸려내려가는 계곡 밑으로 붉은 지붕의 가라자와 산장이 손톱만하게 보였다.  

 
능선위에서 내려다본 가라자와산장, 바로 밑에 있는 것 처럼 보여도 내려가는데 2시간 걸렸다.

가라자와 산장은 奧호타카, 北호타카(3,106m), 가라자와岳(3,110m) 등 호타카의 봉우리를 오르는 등산기점이다.  내려다 보이는 산장 주변에는 이곳을 베이스로 호타카의 봉우리들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의 텐트가 빽빽히 들어차 있다.  ( 내려갈 때 보니 야영지 근처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어 아무리 여름이래지만 밤에는 꽤 추울 것 같았다. )

 능선위에서 내려다본 가라자와의 경치는 근사했다.  그런데 밑에서 능선위를 올려다봐도 꽤 근사할 것 같았다.  시커멓게 바짝선 돌산과 그사이 사이 계곡에는 하얀 눈이 내려흐르고, 돌틈에는 현란한 빛깔의 풀꽃들이...  흐흐흐 그림되네.

 
오쿠호타카 정상.  오른편 돌무덤위에는 조그만 신사가 세워져 있다. 왼편의 사람이 서있는 곳이 진짜 정상.

언제쯤 奧호타카에 도착하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구름사이로 돌산이 보이는데 그게 오쿠오타카(3,190m)란다.

구름속을 헤치고 올라가보니 듣던대로 돌을 쌓아만든 제단위에 조그만 신사가 지어져있었다. 이 제단의 높이가 2m라 일본 제2위 산인 南알프스 키타다케(北岳: 3,192m)와 높이가 똑같단다.  기어올라가 증명사진을 몇장 찍고는 밑에서 라면을 한 개 부셔먹었다.  일본 라면도 부셔먹을 때는 한국라면과 별차이가 없다.  하산!  

비에 젖어 미끌거리는 사다리와 쇠사슬을 붙잡고 돌산을 내려가다 보니 잠깐 구름이 걷히면서 큼직한 호타카산장의 붉은색 지붕이 안개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오후 6시가 지나 제일 늦게 산장에 들어가 방을 잡았다. (1박 2식, 1인당 8,500엔)    350명을 수용한다는 호타카다케 산장은 깨끗했지만 등산객들로 가득 차있었다.  일본에서는 보통 새벽에 시작해서 2~3시쯤에는 산행을 끝내고 산장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파김치가 된 우리는 일찌감치 이불을 펴고 누웠다.  같은 방에 한 사람이 더 들어 오는 모양인데  대강 자리를 비워두고 곯아 떨어졌다.

새벽같이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아침밥을 먹으러 나갔다.  같이 한방을 쓴 사람은 어제 능선에서 만난 사람이었는데 가미코지에서 오후 3시반에 출발하는 도쿄의 신주쿠(新宿)행 버스를 타야한다며 먼저 길을 나섰다.  새벽 5시인데도 식당을 이미 꽉차있었고 줄을 서서 잠시 기다리다 옆사람과 어깨를 부딪혀가며 연신 '스미마센(=미안합니다)' 소리를 하며 밥을 먹었다.

여기 호타카산장은 후지산의 산장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다.  호타카의 산장들이 부식을 헬리콥터로 나르면서 질이 엄청 좋아졌다고 한다.  야리가타케(槍ヶ岳) 산장에서는 아침에 갓 구은 빵까지 준다고 한다.  


능선길에 자리잡은 호타카다케산장


신장 내부


이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저녁식사 - 고로케, 무절임, 야채절임..


아침식사 - 김,계란,콩절임, 미소시루.


돌아오는 길에서 산 사과모양의 과자

구름이 꽉 들어차 있는 밖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갈길이 바쁜 우리는 새벽 5시반부터 돌길을 내려갔다.   어제 저녁 산밑 계곡 아래에 내려다 보이던 가라자와휴테(から澤Hutte)까지 내려가는데 후들거리는 무릎으로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바위길 등산로에 펼쳐져 있을 꽃밭은 구름과 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낑낑대며 산을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내려다보며 여유있게 인사를 건네며 내려가다보니,  일본 등산객들은 어린애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전부 고어텍스 비옷을 입고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80년대초 산을 다닐 때 누군가 고어텍스를 하나 사면 한여름 뙤악볕에서도 땀을 뻘뻘흘리면서 자랑스럽게 껴입고 다니던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한팀은 전부 우장을 하고는 가슴앞에는 비닐로 싼 지도와 나침반을 매달고 산을 오르고 있고...  

요코오(橫尾谷)계곡을 내려오다가 우리나라 중년 등산객들을 한 팀 만났다.  어느 지방도시의 등산동우회인 모양인데 길을 비켜선 우리를 일본인으로 알았던지 연신 인사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I am a Korean."   비옷에 배낭커버, 스패츠까지 찬 일본 등산객들과는 대조적으로 반팔 T셔츠에 썬탠 방지용 모자까지 눌러쓰고 힘차게 산을 오른다.


구름사이의 능선길...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한참을 굴러야 멈출 것 같다.


前호타카로 향하는 北尾根 능선길... 여기저기서 낙석이 구른다.
 

호타카와 야리가타케(槍ヶ岳)의 갈림길인 요코오(橫尾)산장에 도착해서는 컵라면을 끓여먹고는, 둘이서 조그만 위스키 한병을 나눠마시고 거의 뻗었다.  조금씩 비가 뿌리는 산장앞 한구석에서 잠시 누워 졸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지루한 계곡길을 3시간 동안 걸어야 했다.  가다보니 어제 능선길에서 만났던 아저씨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후쿠오카의 공무원인 시마다(島田)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다보니 어느덧 가미코지에 도착했다.

가미코지의 버스터미널은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고, 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시마다씨가 우리를 보고는 허겁지겁 다가와서는 마츠모토(松本)까지 차를 태워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오후 4시인데 마츠모토(松本)까지 가는 버스표가 매진되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와서는 세워둔 차를 타고  마츠모토(松本)역까지 시마다씨를 바래다주고 나고야를 향해 고속도로로 올라갔다.

며칠 후 시마다씨로부터 메일이 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다음 번 산행으로 야리가타케(槍ヶ岳)를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20페이지가 넘는 자신의 등산기이다.  10여년전 자신이 올랐던 야리가타케(槍ヶ岳)의 등산기록을 사진까지 넣어 편집을 해서는 보내온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후쿠오카의 명물과자가 도착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나고야의 명물과자(우이로)를 한 상자 사서 보냈다.  

 
 구름이 잠시 걷힌 능선에서 바라본 오쿠호타카

 

[槍-호타카連峰]

3000m급의 바위산이 연이어 서있는 야리가타케(槍ヶ岳) ~ 호타카(ほ高) 산맥은 일본 本州의 중앙부,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北알프스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나가노(長野)현의 중서부, 기후(岐阜)현의 북동부, 토야마(富山)현의 남동부 등 3개현의 경계에 서 있다.

호타카 連峰은 일본 제3위의 高峰인 奧호타카岳(3,190m)를 중심으로 前호타카岳, 카라사와岳, 北호타카岳, 西호타카岳 등 3,000m 전후의 바위산들이 줄을 서있다.  그리고 屛風岩, 前호타카岳 東壁 등의 암벽과 함께 氷河圈谷, 카라사와, 가미코지(上高地) 등은 北알프스의 대표적인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북쪽의 야리가타케(槍ヶ岳; 3,180m)는 사방으로 뻗친 능선의 중심에 창끝처럼 뾰족하게 하늘을 찌르고 서있어, 일본의 마테호른이라고도 불리우는 인기 높은 봉우리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 해외원정 등반대의 동계훈련장소로서는 물론 여름,가을 등산시즌에는 많은 한국인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는 유명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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