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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산   온타케(御嶽)

 

일본의 중부지역은 높은 산들을 경계로 동서로 나뉘어져 있다.  중부지역의 중앙부에 위치한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의 경계도 역시 北알프스의 連峰과 노리쿠라(乘鞍)고원, 그리고 온타케(御嶽) 등 3,000m가 넘는 산으로 이어진 산맥으로 동서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온타케(御嶽)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온타케의 주봉인 劍ヶ峰은 해발 3,067m로 엄청 높은 산이지만 해발 2,200m인 田の原에서 출발할 경우 약 3시간 정도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온타케산은 이전에도 몇 번 간 적이 있다. 니고리고(濁河)온천을 왔다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산중턱을 빙 돌아 간 적이 있었고,  또 한번은 숨겨진 秘湯을 찾아 동쪽에서 산중턱까지 올라가 목욕을 한번하고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 올라가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여름시즌에 들어서면서 첫 산행지로 온타케를 정한 것이다.  사실 지난 겨울 다친 무릎이 영 낫지 않고 있지만 그냥 쉬면서 낫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루해서 한번 산행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19번 도로를 타고 나가노(長野)로 향했다.  도중 휴게실(일본 국도변의 휴게실은 道の驛이라고 부른다)에 들렀더니  근처 마을에서 키운 오이와 자두를 팔기에 한봉지씩 사서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주먹밥(오니기리)과 물도 사니 산행준비 끝.  

국도에서 내려서 牧尾댐을 지나 온타케로 올라가는 길은 꼬불꼬불 산길이다.  산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온타케 스키장이 나오고 도로는 슬로프를 갈지자로 가로지르며 꼬불꼬불 계속 올라간다.  겨울에는 눈이 워낙 많이 쌓여 도로를 덮어버리기 때문에 슬로프를 가로질러 도로가 있는 것이다. 산밑에서 가스가 몰려 올라오면서 주위가 촉촉히 젖어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산에 못올라가는거 아냐?  구름속을 헤쳐가며 드디어 도착한 곳은 넓은 평원(타노하라: 田ノ原  해발 2,200m)이었고 평원 한편에 커다란 주차장과 건물들이 서 있었다.

 
부드러운 사면, 구름은 이미 아래로 내려갔다.

등산안내서에서 보니 돌로 만든 토리이(神社 입구에 세워놓는 대문)가 산입구라고 해서 주차장 앞의 토리이를 지나 산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누군가가 놓아두고 간 지팡이(후지산을 오를 때 쓰는 길이 1.5m 정도의 나무지팡이)를 주워들고 산을 오르는데 10분쯤 오르니 괴상한 느낌의 조그만 神社가 나오고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질 않았다.

다시 내려와 도중에 있는 리프트 정거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에게 길을 물어보니 잘은 모르지만 그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맞는다고 한다.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몇번을 하다가 아예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등산로 도중에 세워진 대피소

 마침 구름이 조금 걷히면서 주차장 정반대편에 커다란 돌 토리이가 서있지 않은가.   나침반을 꺼내놓고 보니 그쪽이 확실했다.  그 인부들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매일 와서 일을 할텐데 도대체 뭘 보고 다니는 거야!  투덜대며 산으로 곧장 뻗어있는 숲길을 오른다.

그런데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좀 이상하다.  전부 하얀 소복을 입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하지만 차림과는 달리 아주 밝은 표정으로 인사들을 건넨다.

얼마 오르지 않아 숲은 사라지고 풀과 관목 사이로 돌길이 계속 이어진다.  주위는 구름이 가득차 멀리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산정에서 내려오는 하얀소복차림의 참배객들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비탈길 옆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저 위 구름속 능선에서 하얀 소복차림의 참배객들이 요상한 주문들을 외우며 산을 내려온다.  

어느덧 옆을 지나치는 이들을 미심쩍은 눈초리로 자세히 관찰해 보니 길을 인도하는 몇몇 어른을 빼놓고는 대부분 어린이들 (초등학생)이었다.  옷도 하얀 소복이 아닌 하얀 체육복이었고,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이들이 따라하는 주문이었다.

맨앞의 선도자가 선창을 하면 뒤따르는 사람들이 따라서 외치는데 내용인즉슨 "발밑을~~ 조심, 천천히 가~~세, 힘~을~~ 내서, 한걸음씩 내딛자 "  대강 이런 내용들을 박자에 맞추어 부르고 있었다.

 
王瀧頂上산장 위의 토리이

쉬엄쉬엄 돌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능선이 보이며, 능선끝의 산장도 보인다.   낑낑대며 올라가니 가파른 언덕 꼭대기 위로 계단길이 나있었고 그 위편에 판잣집같은 산장(王瀧頂上山莊)이 몇 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음료수라도 하나 사먹으려고 산장에 들어갔다가 조금 추운듯해서 오뎅을 사먹었다.  잠시 쉬다가 산장 뒤 계단을 오르니 돌 토리이가 서있었고,   뒷편으로 빠져나가니 황량한 돌산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王瀧頂上산장 뒷편에서 올려다본 겐가미네(劍ヶ峰).  오른편 등산로 중턱에 기괴한 동상들이 서있고,  왼편 언덕 여기저기서 화산연기가 솟아오른다.

 

기괴한 모습의 동상들 -- 왼편은 무슨 별똥별 떨어진 것 같고, 오른편의 동상들은 눈빛이 살벌하다.

황량한 돌밭 중간쯤에는 사천왕이나 스님같은 모양을 한 괴상한 동상들이 서있었다.  특히 새까만 동상의 눈에는 누리끼리 푸르둥둥한 이상한 칠을 해놓아서 섬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튼 동상들을 지나쳐 언덕을 오른다.

오른편 언덕길의 한편에서는 화산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유황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언덕 꼭대기 계단길을 오르자 다시 神社(御嶽神社奧宮)로 들어선다.   어째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神社로 올라 들어가는 것 같아 찜찜해 하다가 증명사진을 찍으러 정상 말뚝앞에 섰다.

발밑 저아래편으로 넓은 분화구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편으로 또다른 평원과 새파란 빛의 연못(二ノ池)이 내려다 보인다. 우와!!  

날씨도 조금씩 개어서 저멀리 노리쿠라(乘鞍)가 구름속에 떠있다.   역시 올라오길 잘했군!   생각같아서는 분화구를 내려가 맞은편 봉우리 위에 있는 三ノ池를 보고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가니 포기해야 했다.


온타케산의 정상 겐가미네(劍ヶ峰: 해발 3,067m)에서 내려다본 니노이께(二ノ池; 해발2,905m) 火口湖.  사진 왼편의 평원이 이찌노이께(二ノ池), 뒷편 봉우리 너머에 산노이께(三ノ池)가 있다.  멀리 구름사이로 보이는 산은 노리쿠라(乘鞍; 3,026m)

오이와 자두를 맛있게 먹어대며 한참을 증명사진을 찍다가 神社 뒷편으로 돌아가 봤다.  그랬더니 그 밑으로는 여기저기 허물어져가는 누런 절벽과 그 사이의 계곡에서 유황냄새가 팍팍 풍기는 구름들이 몰려 올라오고 있었다.

우와! 우와!!  계곡의 이름은 흔히 그렇듯이 地獄谷!   그러나 구름속에 파묻힌 경치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타케 정상의
御嶽神社奧宮 뒷편에서 내려다본 地獄谷

절뚝거리며 쉬엄쉬엄 내려오는 하산길에서는 늦은시간임에도 가끔씩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있었다.  아마 정상 산장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지팡이에 의지해 내려오다 겨우 주목나무숲으로 들어서자 이미 주위는 깜깜해졌다.  뒷편으로는 구름 걷힌 푸르스름한 밤하늘 아래 시커먼 온타케가 괴이한 느낌으로 하늘을 반쯤 가로막고 서있었다.  

깜깜해진 주차장에 도착해 구름이 가득찬 꼬부랑 산길을 내려갔다.  도중에 들러서 땀에 절은 몸을 닦으려던 온천은 이미 문을 닫았고, 인적이 끊긴 깜깜한 산간도로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듯이 계속되었다.

 
검푸른 밤하늘을 가로막고 서있는 온타케산 정상에는 2개의 불빛이 보였다.  
王瀧頂上山莊과  御嶽神社奧宮의 불빛일 것이다.

[ 온타케(御嶽) ]

온타케산은 기후(岐阜)현과 나가노(長野)현의 경계에 서있는 화산으로 1979년 분화한 활화산이다.  겐가미네(劍ヶ峰)를 주봉으로 摩利支天山, 繼子岳, 繼母岳 등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으나, 멀리서 보면 하나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독립봉으로 보인다. 산 정상에는 5개의 호수와 늪이 있으며, 이를 받쳐주는 산사면은 광대하고 아름다운 커브를 그리고 있다.  

산 입구 부근의 타노하라 자연공원(田ノ原 天然公園)은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으며,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습원에는 크고 작은 연못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등산로에 있는 자갈과 용암 그리고 산신각 등 산악 신앙의 상징들은 온타케산이 北알프스 다른 산들과는 완전히 이질적인 곳임을 느끼게 한다.

 
산노이께(三ノ池)--御嶽敎 홈페이지에서 퍼온사진 www.blk.mmtr.or.jp

산정상 부근의 고산호수와 늪지도 신비한 모습으로, 이찌노이께(一ノ池)는 표고 3,000m에 가까운 고층 다습 초원. 니노이께(二ノ池)는 일본에서 가장높은 2,905m 지점에 있는 타원형(지름 200~400m)의 화구호이다.

北알프스의 고산호수중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산노이께(三ノ池)는 해발 2,720m의 높이에 있으며, 지름이 약 250~400m, 수심 13.3m. 신자들 사이에서는 이 호수의 물을 御神水라고 하여 영원히 썩지 않기 때문에 소중히 떠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타케산이 일본 전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明治시대부터라고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신앙의 대상으로써 신자들의 경외심을 모아왔다고 한다. 지금도 신슈(信州)지역의 낮은 산이나 고개의 여기저기에 나라(奈良), 헤이안(平安)시대에 세워진 온타케산 숭배비가 있다고 한다.

원래 온타케산은 수백년간 일부 수도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는 입산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785년 覺明行者라는 수도승이 일반신자들을 이끌고 등산을 결행한 이후, 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등산이 계속됨으로써 마침내 일반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수많은 신자들의 수행등산이 계속되고 있는 온타케산은 현대의 스포츠 등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고, "유근청정(六根淸淨)"을 주창하는 하얀 소복차람의 신자들의 신앙의 산으로서 지금도 살아 나가는 산이다.

참고로 온타케산을 숭배하는 산악종교인 御嶽敎는 교주나 개주가 없이 자연스럽게 결집되어  성립된 산악종교로, 明治15년(1883년) 종교로서 정식인가를 받은 120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단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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