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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알프스 산자락의 국도 152번 도로

 

가끔 무리를 해서라도 멀리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충 떠나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목적지 아니 방향은 출발전에 정한다.

날씨도 칙칙한 주말, 그런 식으로 떠난 곳은 국도 152번이었다.  이전부터 어디를 갈까하고 관광 잡지며 지도를 뒤적일 때마다 한번쯤 가보고 싶던 곳이 있었다.  일본 중부지역의 남쪽편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南알프스의 서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이다.   지도만으로 봐도 커다란 산맥 밑이라 뭔가 그럴 듯한 풍경이 있을 것 같았다.  날씨만 좋으면 아직도 녹지 않은 하얀 눈을 뒤집어쓴 3000m급 연봉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고서...  


南알프스라 불리는 산들이 있는 곳의 上村마을.

대충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나고야에서 동북쪽의 나가노를 향해 153번 국도를 따라 올라갔다.  토요타 자동차 공장이 있는 토요타시를 지나면서 계속 오르막길이다.   물이 미끌미끌한 히마와리(해바라기) 온천이 있는 곳에서 418번 국도로 들어서야 했는데, 이를 그냥 지나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온 길이 아깝더라도 고집부리지 말고 되돌아가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다시 지도를 보고 243번 현도를 택해서 산길로 들어섰다.   

일본에서 차를 타고 지방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의 도로 사정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고속도로 등 유료도로는 통행료가 엄청나다. 그래서 국도를 택하게 되는데  대도시 근교에서는 왠만하면 돈내고 다니는 편이 낫다.  모두들 엄청난 통행료를 피해 국도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요 간선도로의 경우 길이 막히고 공기가 탁하다는 것 이외에는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차가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의 국도의 경우이다.  우선 도로폭이 좁고 (우리나라보다 20cm가 좁다던가?)  갓길이 없어 더욱 좁게 느껴진다.  그리고 집들은 왜 그렇게 길가에 딱 붙어있는지!  어린아이들이 대문을 박차고 나오면 바로 도로 한가운데다.    아무리 한적한 시골길이라고 해도 그렇지 명색이 국도인데...   


산골마을 놀이터 옆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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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1시 사이(점심시간)에만 통행이 가능한 1차선 공사길.  다행히 인부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243번 나가노현도.


243번 현도와 151번 국도가 만나는 마을 - 산에는 녹슨 놀이공원과 커다란 시계가 있었다. 사진 왼편으로는 저 아래 텐류협곡까지 비탈길이 이어진다.


나가노 1번 현도의 출렁다리 - 흔들거리며 건너가 보았지만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좁은 오솔길로 연결될 뿐.


418번 국도에서 만난 출렁다리 - 바닥은 나무판 이었고 쇠줄에는 덩굴이 자랐지만 자동차가 다닌다. (2t 이하만)


418번 도로옆 휴게실.  휴게실은 문을 닫았지만  옆 계곡에는 콸콸 쏟아져내리는 폭포가 근사했다.


 
上村마을

그리고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도로를 새로 뚫다가 그만둔 경우가 허다하다.  새로 만든 구간은 최신 공법과 값비싼 자재를 사용하여 꼼꼼함을 넘어서 정교하다고 할 정도까지 만들어 놓고 갑작스럽게 차가 겨우 한 대 지나갈 만한 구도로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길에서 트럭이라도 만나면 황당하다.  아직도 개발독재식 도로뚫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 그런지 이런 길을 만날 때마다  "빨랑 빨랑 계속 뚫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산속 고개를 넘어가자 길을 갑자기 막아놓은 경우도 있었다.  낙석으로 도로를 당분간 봉쇄를 했다던가?  고갯길 넘기전에 미리 경고문이라도 확실히 붙여놓지!!  물론 나도 다시 고개를 넘어 되돌아 내려오면서 가끔씩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차들을 굳이 말리지는 않았지만,  도로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심했다는 생각이다.

갑자기 일본 지방도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에도 243번 현도를 들어서면서 비슷한 경험들이 다시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몇 번씩 오락가락 헤매기도 하고,  논 한가운데서 길이 끊겨 겨우 돌아 나오기도 하고,  기껏 좁은 길을 꼬불탕 꼬불탕 올라가서는 남의 집 마당에서 되돌아 나오기도 하고...   도로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뱀 구경도 하고, 뻥 뚫린 대로를 따라 달리다 다시 산길 밭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길 구경이나 하면서 가자!"로 방침을 바꿨다.

결국 목적지인 152번 도로에 도착한 것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가 지나서였다.  길 중간중간 152번 도로를 잘 정비하자 어쩌자 하는 간판을 보며 조금은 불안했다.  결국 도로는 중간에 끊겼고, 고원을 돌아 올라가 잘못된 도로안내판을 보고 다시 산길을 한참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구름속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경치만으로도 그다지 손해보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시라비소 고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산간마을 上村 - 해발 1,000m 쯤


역시 이 마을에도 술 창고는 있었다.


시라비소 고원 끝에 올라가니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산장


시라비소 고원 - 南알프스의 연봉은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천둥,벼락이 여기저기 떨어져 내려 후다닥 돌아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비에 쫄딱 젖은 등산객 한팀이 터덜터덜 걸어올라오고 있었다.


코시부 마을의 커다란 나무.  우리나라의 당나무처럼 신성하게 여긴다.   


휴전선의 폭격맞은 녹슨 다리를 연상시키는 낡은 모습의 콘크리트 다리 - 초석을 찾아보니 얼마 안됐다. (1955년생)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듯한 길가 주유소의 낡은 주유기


大鹿村(큰사슴 마을)을 지나는 좁은 1차선 산길 152번 국도.  이 곳으로 내려오기 전, 도로를 가로지르는 큰 사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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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이 쑤시던 어느날,  152번 국도중에 시간이 늦어서 못올라간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지난번 지나치다 길가에 내걸린 지도를 언 듯 보니 거의 산꼭대기까지 임도가 나있는 곳이었다.   大鹿村(큰사슴 마을) 뒷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꼬불랑 거리며 오르자 중간쯤 되는 산등성이로 올라설수 있었다.  

길은 산등성이 한편을 따라 저멀리 산정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도중에 커다란 전망을 가진 조그만 길가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데,  서양인 가족이 멈춰서더니 차에서 자전거를 꺼내서는 숲길을 따라 오른다.  이길을 여러번 와본 모양이라며 감탄을 하고 쳐다본다.   다시 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다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 차를 세웠다.  

헬리콥터!!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은 삼엄한 경비로 감히 근처에 접근하기 힘든 헬리콥터가 길가 한편의 평지에 그냥 멈춰 서있었다!  마치 자동차를 주차해 둔 것처럼!  이 산속에!     


산길을 지나치다 힐끗 고개를 돌린 순간 발견한 헬리콥터.


지키는 사람이 없나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다가가서 구경했다.


헬리콥터에도 백미러가 달려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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