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holland_back.gif

Home

생 활

그밖에..

 

무리해서 먼길을 찾아간 온천(1)

 

여기저기 부대끼고 살다보면 가끔씩 숨이 답답해지고,  그런 답답함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풀리지 않을 때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쉽게 떠오르는 장면이 기차를 타고 아무 역에서나 내려 만나는 들판길,  텅 빈  바닷가의 해변이나 낯선 포구의 드럼통에 피워논 모닥불  등등 드라마 속의 장면들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썰렁한 청승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덜덜거리는 애차를 끌고 교외로 나가게 된다.   보통은 평소에 TV나 잡지 등을 통해 찍어놓은 곳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시골온천들은 1일 여행의 목적지로 삼기에 좋은 장소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살고 있는 일본의 대도시 근교는 또다른 도시라 원하던 풍경을 접하기 힘들다.  그래서 답답함의 강도가 심할 때는 억지로 무리해서 먼 곳을 찾아나선다.   그러다보면 때때로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 무리를 하게 되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10~20분 목욕을 하려고 왕복 12시간 이상을 차를 타고 달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늦은 밤 피로에 젖어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이런식의 여행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얼마후에는 다시 새로운 장소를 찾아 여행잡지를 뒤지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가는 길이 좋아서 일 수도 있고,  이런 곳도 가봤다는 자만심을 만족시키려는 병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온천을 몇군데 소개한다.

[ 灰澤鑛泉 (하이자와코우센)]

이 온천은 신슈(信州)온천 안내서에서 수령 300년의 히노키(檜)로 만든 노천탕 사진을 보고 찍어 놓은 온천이다.  나가노현의 남쪽지역인 나기소(南木曾)에 있는 이 온천은  19번 도로에서 온타케산(御嶽山) 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근처에 도착해서는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길에서 헤매다가,  완전히 직감에 의지해서 화전민의 산간 밭을 올라가는 듯한 샛길을 타고 오르다 찾아냈다.  

깊은 산속 계곡에 한채 달랑 있는 온천여관앞에 도착해서는 주인아저씨에게 온천 좀 들어가자고 했더니 오늘은 숙박손님이 있어서 온천이용객은 안받는다고 해서 황당해 하다가,  멀리서 왔으니 온천물만 조금 만져보겠다고 사정해서는 겨우 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그만 계곡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숲속에 있는 온천여관


내탕 바깥에는 나무로 만든 노천탕이 있다.

어두컴컴한 복도 안쪽에 있는 내탕은 간간이 거품이 떠있는 탕은 진흙빛의 온천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탕은 생각보다 깊었고 벌건 온천물은 따끈따끈 했다.  문밖으로 나가자 높은 나무담장이 둘러싸인 좁은 정원을 앞에 두고 둥근 나무탕이 갈색 온천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좁은 나무탕안에는 이미 아저씨 2명이 들어가 있었으나,  잠시 눈치를 보다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물은 따뜻하고 좋았지만  앞에 있는 정원은 이끼가 끼어 퀴퀴했고 여기저기 쳐진 거미줄이 눈에 거슬렸다.   이 산속에 누가 본다고 저렇게 높은 나무담장을 쳐 놓았을까?   잠시후 옆에 있는 여탕에서 웬 아줌마가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길래 무슨 소린가 했더니,  노천탕은 남녀 공용이지만 너무 좁으니 남자들이 다 했으면 좀 비켜달라는 소리였다.  내탕으로 다시 들어와 창에 브라인드를 내렸다.  내다보려면 얼마든지 내다볼 수 있으니 좀 웃기지?

이 온천은 철광천으로  옛날에 상처를 입은 산개(들개?)가 상처를 치료하러 들어갔다고 해서 "山犬の湯" 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거실(로비?)에는 "일본의 비탕을 지켜나가는 온천"의 회원이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Tel: 0264-52-3287) 


내탕은 벽과 바닥이 모두 나무로 되었다.


로비에 있는 이로리(일본식 화롯가)

이 灰澤鑛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키소가와(木曾川)에 걸려있는 오래된 나무다리(木橋)를 구경 했다.  전에 이 19번 도로를 지나다가 이상하게 생긴 다리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 참에 내려서 구경을 한 것이다.  1910년대에 서양의 다리를 본따 세운 이 다리는 교각을 빼고는 대부분 새로 고친 것 같지만,  나무로 현수교를 만들어 놓은게 신기했다.  


쇠줄로 상판을 당겨주는 현수교


쇠줄은 제법 굵다

 

 

  Home   생 활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