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holland_back.gif

Home

생 활

그밖에..

 

삐걱거리는 목조여관  타자와(田澤)온천 마스야(ますや)여관

 

자주 사보는 여행잡지에 "역사를 지켜가는 목조건축 여관" 이라는 온천특집이 나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타자와(田澤)온천의 마스야(ますや)여관이라는 곳이 소개되어 있었다. 

 

1890년경에 지어졌다는 3층 목조건물의 야경사진과 건물내부의 반질반질한 나무계단, 그리고 마루복도의 사진.   영화의 로케지로도 사용되었다고 하고...   어찌 보면 만화영화 "千と千尋の神隱し"에 나오는 여관의 모델 같기도 하고... 이런 것들에 끌려 있던 참에,  저렴한 가격을 보고 '한번쯤' 가보기로 했다 


잡지 自游人(2003.12월호 別冊)에 나온 사진

어느 봄날 주말 예약을 하고 찾아간 곳은 나가노(長野)현의 조그만 산골마을. 

 

크고 작은 낡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좁은 언덕길 중간쯤에서 조그맣게 붙어있는 마스야 여관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마당을 들어서자 흰색 칠을 한 창고(土?)와 낡은 목조건물이 좁은 마당을 둘러싸고 위압감을 주듯이 서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기다린 후에야  손님이 온 것을 알고 반갑게 나와 맞아주는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대뜸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느냐고 묻는다.  "아니요. 잡지보고 왔어요." 


여관 간판이 붙어 있는 창고건물


영화에 찍혔다는 현관


현관을 들어서면.
 


식당 - 손님이 적을 때는 커다란 나무 쟁반에 식사를 담아 방에다 차려준다.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복도와 계단을 올라가, 우리가 묵을 방에 들어서자 방은 좁았지만 전용(?)복도앞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망은 시원했다.  짐을 풀고는 커다란 여관건물의 여기저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방앞의 복도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반짝거리는 나무계단과 복도


복도는 몇 번을 꺽어지며 이어진다.


방앞의 전용복도(발코니?)


반질반질한 계단은 경사가 꽤 가파르다.


오른편은 커다란 연회장

예전에 유명 소설가가 묶었다는 이 여관은 1998년에 개봉된 영화 “탁구 온천”의 로케지로 사용되어 유명해졌다.  사실 영화의 로케지는 인근의 벳쇼(別所)온천이지만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처음으로 방문한 여관의 현관이 바로 이 여관의 현관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여관 여기저기 영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침침한 응접실(로비?)과 길게 이어진 복도 벽에는 영화 ‘탁구 온천’의 포스터와 배우들의 싸인 종이판들이 걸려 있었다.

삐걱거리는 차가운 마루바닥을 따라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영화에서도 등장했다는 탁구실을 찾아냈다. 초등학교 교실같은 분위기의 어두침침한 탁구실을 열고 들어가니 3개의 탁구대가 있고, 그중 하나는 나무판으로 만든 수제품 탁구대.


탁구실 한편에 붙어있는 영화의 포스터

 


탁구실


복도에는 출연배우들의 싸인판이 놓여있다.

[영화 “卓球?泉” (1998. 5월 상영)]

소노꼬(園子->마츠자카 케이꼬)는, 남편과 아들과 대화도 없이 가사에 쫓기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라디오의 상담코너에서 일상생활의 절망감에 대해 상담을 하던중, 가출해 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튿날 아침, 정말로 가출을 해 버린 소노꼬는 20년전 남편과 함께 찾아갔던 온천을 찾아갔다. 한때는 번창했던 온천은 지금은 쇠퇴하고, 추억의 여관도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기 직전.

가족 걱정으로 도쿄로 돌아가려했던 소노꼬는 온천마을 부흥을 목표로 하는 마을사람들과 탁구대회를 개최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다. 남편도 이 탁구대회를 알게 되고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부가 참가하여 우승하게 된다.


새로지은 대욕탕 - 창밖으로 노천탕이 있다.

이윽고 온천탕 탐색에 들어갔다.  여관에는 남녀별 대목욕탕(내탕+노천탕)과 가족탕이 두개 있다.   대목욕탕은 최근 새로 지은 듯 깨끗했지만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그러나 근래 일본에서 문제가 된 불량 온천(원천에 물을 타거나 순환시켜 재사용)과는 달리 원천을 그대로 카케나가시(掛け流し)하는 진짜 온천.   

 

‘카케나가시’란 온천물에 물을 타거나 가열하지 않으며, 탕에 넘치는 온천물을 다시 순환시키지 않고 그대로 흘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온천물은 온도가 높지 않아 장시간 잠겨있을 수 있는 누루유(?湯).  미지근한 온천에서 오랜 시간 들어가 있으면, 온천성분이 피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온천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온천물이 피부를 자극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온천성분(유황 등등)이 피부 깊이 침투하면 부작용은 없나? 

 

아무튼 뜨거운 물을 선호하는 나로써는 크게 반갑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정원 노천탕에서 한참을 노닥거렸다.   

 

궁금해서 가 본 가족탕은 지하실로 내려가 복도 안쪽에 조그만 탕이 2개가 있었다. 새로 온천탕을 만들기 전까지는 아마 이 여관의 유일한 온천이었던 것 같은데, 갑갑해서 들어가 앉아 있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진한 온천냄새에 끌려 잠시 앉아 있다 나왔다.

[타자와 온천의 전설]

아득한 옛날, 야마우바(山?)라는 여인(노파?)이 아이를 갖게 되자, 튼튼한 아이를 낳기 위해 이곳의 온천에서 요양을 했고,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아이는 자라서 坂田金時라는 용맹한 무사가 되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강건과 무용의 상징으로 5月人形로도 만들어지고 있는 긴타로(金太郞)라고 한다. 이런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온천은 코다카라노유(子寶の湯: 자식의 탕), 우츠유(有乳湯)로 알려져 있다.  아이가 없는 부인이 37일간, 젖이 적은 부인은 27일 온천을 하면 효과가 있다나...

 

여관 탐색을 마치고 저녁식사까지는 시간이 있길래 마을로 나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몇 채의 낡은 여관이 있고, 마을 주민들의 집과 창고, 그리고 새로 만든 공동 목욕탕이 전부.  주말임에도 숙박객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가게 하나 없어 온천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그만 산간마을.  영화에서처럼 탁구대회를 개최할 만한 여력도 없는 듯한 적막한 곳이었다.  


온천가 -  왼편으로 계곡(개천)물이 흐르는 언덕 골목길


새로지은 마을 공동목욕탕


어느집 창고 처마밑의 제비집


또다른 온천여관

여관으로 돌아와 다른 방에서 화려하지 않은 저녁상을 받았다. 그리고 바람이 들락날락하는 좁은 방에서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한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듯한 마스야 여관은 중후한 외관에 비해 관리인이 너무 적다는 느낌이었다.  애당초 고급 여관이 아니라 치료나 휴식을 위해 세워진 서민적인 온천여관이라고는 하지만, 웅장하다고 할만한 커다란 목조건물 여기저기는 비바람에 지쳐있는 듯 했고 몇 채의 건물중 절반 이상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했다.  

 

커다란 여관 전체를 가족 몇 명이 깨끗하게 관리하기는 애당초 무리겠지만, 바람이 들락거리는 방안에 가끔씩 오락거리는 먼지덩어리는...

 아무래도 잡지의 사진을 보고  다른 기대를 갖고 갔었던 것 같다.


방앞의 복도, 나무창틀


멧돼지 찌게, 두릅튀김, 야채절임 등등


방안의 토코노마!
 


이불 두채를 펴면 꽉 차는 방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바람이 숭숭 들어와 아주 큰 방에서 자는 듯 했다.

타자와(田澤)온천 마스야(ますや)여관   

 

 

  Home   생 활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