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holland_back.gif

Home

생 활

그밖에..

 

절경 해안가의   니시이즈(西伊豆) 노천온천

 

이전에 도쿄에서 머물던 시절, TV에 나오는 이즈(伊豆)반도의 온천여행 프로를 보고 가슴이 설레인 적이 있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끝의 노천온천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찰랑거리는 온천물 너머로 보이는 절경의 해안과 바다 저편 아스라이 떠가는 고깃배...  대충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꼭 한번 가보고 싶어 여행지와 지도책을 뒤져보았더니 그런 노천온천들은 東京에서 가까운 이즈반도의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 있었다.  일본말도 제대로 모르고 교통수단의 이용방법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기차와 버스를 여러 차례 바꿔 타고 가야하는 이즈의 서쪽 바다 노천온천은 그저 아쉬움의 대상일 뿐...   단지 아타미(熱海)의 온천사우나를 한두번 다녀온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34~5도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 중순,  잠시 다니러 온 친지와 함께 집 근처 온천을 가려다가 이왕이면 좀 멀어도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찾아 나서다가 내친김에 시즈오카(靜岡)로 달렸다.  그동안 TV나 여행잡지를 참고로 점찍어놓았던 이즈한토 서남쪽의 노천온천 4개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도쿄생활의 경험이 있는 친지도 지진과 온천의 이즈한토에 대한 향수 비슷한 것을 갖고 있었기에 거리나 시간상으로 무리인줄 알면서도 의기투합했던 것이다.   4개의 노천온천은 모두 이즈한토(伊豆半島)의 서남쪽 바닷가에 있는 공공 노천온천으로 별다른 시설이 없이 탕만 하나 달랑 있는 자연미 풀풀 나는 곳들이다.

[ 平六地藏 (헤로쿠지죠) 露天風呂]

 
平六地藏라는 이름처럼
탕 위편에는 지장보살이 서있다.


포구앞 주차장 한편에 만들어 놓은 노천탕

토메이(東名:東京~名古屋)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가 누마즈(沼津) I.C에서 내렸다.   다시 414번 국도와 136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도로는 산에서 내려가 해변가를 달린다.   

애국가 배경화면과 비슷한 훌륭한 전망을 가진 낡고 좁은 해안도로를 지도와 도로표지판을 번갈아 살피며 남쪽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덧 오후 4시.

 늦여름의 눈부신 오후의 햇빛은 바닷물에 반사되어 더욱 눈을 부시게 했고, 이제쯤 저제쯤하며 도로주변을 살피며 차를 달리다가 힐끗 지나치는 露天風呂라는 간판을 언뜻 보고 차를 세워 돌렸다.   


탕의 뒷편에 자란 커다란 나무가 햇볕을 막아주고..

조그만 어선들이 십여척 정박해 있는 조그마한 포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과연 平六地藏(헤이로쿠지죠우)露天風呂라는 조그만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당초 목적했던 4개의 탕중 2개를 그냥 지나치고 3번째 탕인 平六地藏露天風呂을 찾은 것이다.

문을 닫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니  포구를 바라보는 한편 구석에 낡은 나무담장이 있었다.  

담장 옆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사정으로 인해 내년 2월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간판 뒤로 돌을 쌓아 만든 축대안에는 온천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노천탕 앞은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

탕옆의 돌 언덕에는 이름 그대로 지장보살이 서서 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온천탕의 뒤로는 이름모를 커다란 나무가 자라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그 옆 여기저기 문주란이 자라고 있었다.

온천물에 손을 넣어보니 물은 뜨뜻했지만 들어가지 말라는 걸 억지로 한번 들어가 보기에는 주변이 조금 낡고 지저분했다.  탈의장이라고 하지만  온천탕앞에 만들어 놓은 나무선반뿐이니  

아쉽지만 증명사진을 찍고는 마지막 4번째 노천온천을 찾아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다.

[ 雲見 (쿠모미) 露天風呂 ]

 
해안가 절벽 사이 계곡의 노천탕 쿠모미(雲見)온천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눈을 크게 떠야 입구 간판을 찾을 수 있다.

平六地藏온천에서 나와  해안절벽 도로를 넘어 내려가다 보니 낡은 온천장 건물이 보인다.   이 근처다 싶어 천천히 도로변을 살피며 차를 몰다보니 길옆 오토바이가 서있는 뒤편으로 조그만 온천 간판이 보였다.   

좁은 도로에서 억지로 차를 돌려 자동차를 길옆에 대충 붙여세우고 보니 쿠모미(雲見)露天風呂라는 온천간판이었다.  좀 잘 보이게끔 만들어 놓지!

수건을 들고 바다쪽으로 향한 오솔길을 내려가다보니 콘크리트 방공호 같은 가건물이 보였고,  가건물 앞의 테라스(?)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조그만 노천온천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노천탕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앞바다

매표소도 없고 탈의실도 제대로 없는 곳이니 당연히 혼욕이겠지만 탕안에는 오토바이 주인인 듯한 젊은 남자 1명뿐이었다.  대충 옷을 벗어 걸어놓고 탕으로 들어갔다.

물은 따뜻한 편이었고 바닷가의 온천이 흔히 그렇듯이 투명한 짠물이었다.  그러나 찰랑거리는 온천물 너머로 보이는 남국의 바닷가 풍경은 훌륭했다.  

양쪽 해안절벽사이의 조그만 언덕길 아래에 달랑 만들어 놓은 노천탕 앞 여기저기 솟아있는 바위섬 사이에 조그만 낚싯배 한척이 동동 떠 있었고, 그 뒤편의 먼 바다로는 배들이 한가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온천물은 콘크리트 가건물 바로 앞이다.

늦여름 오후의 지친듯한 태양은 점차 아래로 내려가며 바다를 황금빛으로 반짝거리게 하고 있었다. 하늘이 점차 붉어지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왼편의 해안절벽에 가려 석양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탕에서 올라오는 길에 보니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이 떼로 몰려 내려오고 있었다.  아마 근처 바닷가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목욕 한번하고 가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잠시나마  편안하게  온천물에 몸을 담궜으니.,,

 

 

[ 澤田公園 (사와다코엔) 露天風呂 ]

 
해안공원 언덕위의 노천온천
사와다(澤田)공원 露天風呂


堂ヶ島의 사암 언덕에서.  해는 수평선 아래로...

갈길이 먼 우리는 탕에서 올라와 1,2번 온천을 찾아 길을 거꾸로 돌아간다.  멋진 해안을 갖고 있는 堂ヶ島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해안경치를 구경하며 온천을 찾아보니 목적지는 벌써 지나왔다.

석양은 그사이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고,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노을진 바닷가를 내려다 보려는 꿈도 사라졌다. 다만 오늘 노을은 별로였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며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데 온 김에 한번 보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와다 온천에서 바라본
堂ヶ島

대충 이쯤이다 싶은 곳에서 포구쪽 좁은 골목길로 돌아가니 드디어 사와다(澤田)공원 露天風呂라는 조그만 주차장 간판이 보인다.  

도대체 이 동네는 외지 관광객이 들어오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가보다.   아무리 조그만 동네 노천온천이라지만 관광안내서나 TV 등에 자주 소개되는 곳이니 왠만하면 들어가는 입구에 안내간판이라도 붙여놓을 법한데...   

하긴 우리같은 당일치기 구경꾼은 번잡스럽기만 하고 별 도움이 안되겠지.  그래도 사와다 노천온천에는 500엔씩을 내고 들어갔다. 주차장 앞 바다쪽은 사암 언덕으로 막혀있었다.   언덕을 올라가니 오른편 언덕위에 조그만 노천온천이 달랑 세워져 있었다.   


언덕위 노천온천

입장료를 받은 만큼 주변은 깨끗했고,  탈의실과 온천탕도 남녀로 구분되어 있었다.   

울타리 밖에서 탕안을 들여다 보니 좁은 탕안에는 이미 어른 2명, 아이 2명이 들어가 있어 들어가기를 주저주저하고 있는데  어른 둘이 눈치껏 밖으로 나와준다.   탈의실도 온천탕도 어른 3~4명이 들어가면 불편할 만한 크기이다.  

어쨌거나  남은 아이들 2명이 물장난을 치는 좁은 온천에 앉아 몸을 담궜다.  주변의 해안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그런지 해안 바위들의 모양이 희한하다.  탕안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로 꽤 운치가 있고...


남탕을 가려놓은 울타리는 허리정도의 높이다.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멀리 堂ヶ島 해안가 호텔들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잠시 탕안에 들어앉아 있다보니 곧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물장난에 조금 번잡스럽기도 했지만  집까지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 느긋하게 온천을 즐길 수는 없었다.

결국 당초 가려던 4개의 온천중 堂ヶ島溫泉なぎさの湯는 포기를 해야했다.  돌아오는 길에 선택을 했던 17번 도로는 해안가 도로인줄 알았더니 꼬불꼬불 캄캄한 산길이었고,  도중에 저녁을 먹고 나니 결국 밤 9시가 넘어서야 東名고속도로로 올라갈 수 있었다.

 

 

  Home   생 활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