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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물 색깔의  고시키(五色)온천  
7가지 온천물이 섞인 
시치미(七味)온천

 

이전에 나가노의 한 책방에서 산 신슈 온천안내서를 뒤적이다가 보니 낯익은 이름의 온천이 있었다.  
"오색(五色)온천"  설악산의 오색온천(약수)과 이름이 똑같다.  예전에 어느 겨울 설악 대청봉에 혼자서 올라갔다가 오색약수로 내려오니 마침 온천개발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한 인부가 굵은 호스로 뽑아올린 김이 펄펄나는 온천물로 머리를 감길래 나도 옆에 붙어 서서 언손을 녹인 기억이 있다. (겨울이라 김은 펄펄났지만 사실 물은 조금 미지근한 정도)  
그 때는 아직 개발전이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 가게들이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맛은 사라졌다.  요즘은 약수도 말라가고 물맛도 밍밍해졌지만 어쨌건 오색약수(온천)라는 이름은 내게 있어서 상당히 친근한 이름이다.  


五色온천여관 입구: 온천은 건물 아래 계곡에 있다.


계곡 옆의 내탕(內湯) 목조건물


내탕 (옥색물빛)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어서 천장도 이렇게 나무로 운치가 있다. 아래 부분은 여탕과 남탕의 칸막이이고 위에는 뻥 뚫려있어서 소리가 다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오색온천(고시키온센)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단풍이 물든 숲을 배경으로 찍은 희뿌연 노천온천 사진도 꽤 그럴 듯 했고,  옆에 붙은 설명에는 날씨에 따라 코발트빛과 밀크빛 등 5가지로 변하는 불가사의한 온천이란다.

이 오색온천이 있는 지역은 나가노현(長野縣)의 동북쪽 구석에 있는 신슈타카야마(信州高山)라는 곳으로,  카사다케(笠岳:2,076m)라는 산 입구에 야마다(山田)온천마을이 있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松川계곡과  산위쪽 고원인 야마다(山田)목장 근처에 띄엄띄엄 온천이 있다.  이중  五色온천과 七味온천 등 몇 군데를 찍어놓고 시간이 되는대로 들러보기로 했다.

나가노의 上信越자동차도로를 타고가다 스자카(須坂)市에서 내렸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해 좀 헤맸다.  겨우 이정표를 찾아 깊은 계곡옆의 산길을 오르다 보니 제일 먼저 '타키노유(瀧の湯)'를 발견.  계곡옆에 혼욕탕인 大노천온천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볼까 했지만  사람이 좀 많은 것 같았고 시간도 별로 없어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다음에 도착한 곳이 오색온천여관. 1인당 500엔을 내고 삐그덕거리는 복도와 계단을 내려가서 우선 內湯으로 들어갔다. 옛날 방식으로 천장을 높게 지은 내탕에는 나무로 만든 조그만 탕안에 에머랄드 빛의 온천물이 가득차 있었다. 아침에 감지 못한 머리를 좀 감고 싶은데 마땅히 감을 데가 없었다.

탕안에 좀 들어가 있다가 노천온천으로 나갔다.  일본에서는 노천온천을 보통 로텐부로(露天風呂)라고 쓰는데 여기서는 노텐부로( 野天風呂)라고 써놓았다. 그만큼 자연미가 있다는 말인가?  컴컴한 지하실 복도에 놓여있는 유황이 노랗게 묻어있는 커다란 바위를 지나 밖으로 나가자 바로 계곡이었다.

계곡은 최근에 포크레인으로 물길 공사라도 했는지 여기저기 바윗돌이 파헤쳐져 있었고, 날씨도 꾸물꾸물한게 영 분위기가 썰렁했다.  조금 나가자 계곡 바로 옆에 조그만 탈의실과 함께 남자 노천온천이 있었고  남자 탈의실 위쪽으로는 여탕 입구가 있었다.

시커먼 고무호스를 통해 온천물이 흘러들어오는 노천탕안에는 먹물을 타놓은 듯한 회색빛 온천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분명히 내탕의 에머랄드빛 물과는 색깔이 달랐다. 막상 탕안에 들어가 보니 시커먼 재같은  유노하나(湯の花)가 둥둥 떠다녔다. 물 온도는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정도. 나중에 여관 안에 붙여놓은 설명서를 보니 그날 그날의 기후에 따라 에머랄드색, 우유빛 뿌연색, 검은색 등 5가지로 변한단다.  어쨌거나 2가지 색은 확실히 봤다.  
감상?  감상은 그저 그랬다.  잡지에서 본 사진은 햇살이 밝게 비추는 가을날 빨간 단풍 아래 희뿌연 노천탕을 찍어놓은 것이었고, 온천은 넓직한 계곡옆 들판 한편에 온천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꽉 막힌 깊은 계곡옆의 잿빛 온천에 날씨는 꾸물꾸물했다.
 하긴 온천입구에 서 있는 오래된 단풍나무 앞에는 일본 단풍100선 중 1등을 차지했다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가을이 더 적격인가?


계곡옆 노천탕 (남탕) : 물이 잿빛이다.


여탕

다시 갈길이 바쁜 우리는 산길을 계속 타고 올라가 계곡 가장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시치미(七味)온천을 향했다.  
七味라는 이름은 흔히 우동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미료를 말하는데 고춧가루, 산초, 겨자 등이 들어가 있어 매콤하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좋아해서 우동국물에 잔뜩 퍼넣고는 국물을 얼큰하게 만들어 마시곤 한다.  그러나 여기의 七味온천이라는 이름은  黑湯, 錦湯 등 질 좋은 7개의 원천물을 섞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꼬불꼬불 산간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온천 안내판이 붙어있는 산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니 저 아래 계곡 안쪽에 호텔이 한 채 덩그러니 지어져 있는데 왠지 좀 일본사람들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깊은 산속까지 찾아와서 길을 내고 호텔을 짓고....   막상 내려가 보니 히가에리(日歸り) 온천은 호텔에서 조금 계곡 하류쪽에 따로 있었다.  


하얗게 김이 올라오는 곳이 七味온천


내탕에는 수도꼭지가 2개 있다.

계곡 건너편에 지어진 온천건물 안쪽에서는 허옇게 김이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근처에서는 온천(유황)냄새가 팍팍났다.  아내는 온천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해서 머리라도 감으려고 혼자서 온천엘 들어가 보았다. (500엔) 
새로 깨끗하게 지어놓은 복도를 따라  목욕탕에 들어가니  조그만 內湯  바깥쪽으로 넓직한 노천온천이 있었다.  노천탕 앞에는 유황냄새 때문인지 나무가 자라지 못한 누런 바위벼랑에 막혀있었고, 한편은 여탕 칸막이 판자에 막혀있어 탕 크기에 비해 조금 답답해 보였다.  물 색깔은 희푸르둥둥했고 물은 따뜻했다.  
넓직한 노천탕안에 혼자 달랑 들어가 있자니 금방 심심해져서 내탕에서 머리를 감고는 바로 나왔다.  역시 사람이 너무 없어도 재미가 덜하구먼!  밖으로 나오니 온천앞 계곡 다리에서 기다리던 아내가 유황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다 아프단다. 아무래도 이 계곡의 온천들은 하늘이 화창하게 개이고 바람 잘 부는 날에 와서 즐겨야 제 맛이 날 듯 하다.


내탕에서 내다본 노천탕


넓직한 노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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