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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北알프스 산속의 野天온천   렌게(蓮華)온천

 

 

 
깨끗하게 뻥뚫린 148번 국도.  계곡 왼편으로 터널과 반터널(snow shed: 한쪽이 터진 터널)이 계속 이어진다.

하쿠바(白馬)에서 동해안으로 빠지는 국도 148번.
이전 오사카에서는 하쿠바를 갈 때는 주로 北陸고속도로를 타고 동해바닷가를 따라 올라가다 니가타현의 이토이카와(絲魚川)에서 하쿠바로 올라오곤 했다.
엄청 큰 계곡을 따라 산쪽으로 올라가며 일본은 산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때의 148번 도로는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좁고 컴컴한 터널 투성이의 계곡옆 산길로 경사가 심하고 길도 좁아 조마조마하며 다녔었다. 더욱이 도로공사를 하느라 덤프트럭이 자주 다녀서 한층 긴장을 하곤 했다.
이번 여름 나가노(長野)에서 산에 오르느라 땀에 절은 몸을 바닷물에 한번 씻어내려고 이 도로를 따라 동해바닷가로 나가게 되었다. 가다보니 몇년전 꼬불꼬불한 터널투성이의 산길 공사판이 이제는 뻥 뚫린 대로가 되어 있었다.  

 
새벽 하쿠바(白馬)산을 바라보며..

주욱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리며,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컴컴하고 좁은 터널들을 지나 깊고 큰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설레임(?) 같은 것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이 길의 중간부분, 나가노현에서 니이가타현으로 넘어가는 곳에 렌게(蓮華)온천이 있다.  하쿠바 오오이케(大池)를 지나 白馬岳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기점인 연화온천에는 산장이 하나 있고 근처에 몇 개의 노천온천이 있다고 한다.
어느날 동네 쇼핑센타 서점앞으로 지나다가 우연히 "野天온천"을 특집으로한 잡지가 눈에 띄길래 한 권 샀더니 첫번째 특집으로 "男の野天溫泉"라고 하며 이 온천을 소개했다.

 
산속길(林間도로)을 가다보면 가끔씩 직선길도 나온다.

잡지의 양면을 가득 채운 전경 사진을 보니  희끗희끗 잔설이 둘러싸인 대자연속에 달랑 하나 파놓은 노천온천이 정말 그럴듯해 보였다. 리포터의 과장섞인 탐방기도 호기심을 자극했고....  물론 溫泉旅人 이케다(池田)씨의 책 "이것이 온천이다"에도 이곳의 노천탕이 2개나 소개되어 있다.
바닷가에서 다시 하쿠바로 돌아오는 길에 이 연화온천에 들러 소금기를 씻어내고 가기로 했다. 148번 도로를 오르다 중간쯤에서 오른편으로 꺾어져서 오르는 산길은 포장은 되어있었지만 길이 좁고 경사가 급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땅이 좀 넓어지며 조그만 산간마을이 나타났고 마을을 지나자 다시 산길이 계속된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판에는 "熊がでます(곰이 나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산위의 시커먼 호수.  산정호수??

왠 곰?  일본에는 주로 홋카이도(北海道)에 많긴 하지만 대도시에서 떨어진 산간지역에도 곰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반달곰과 똑같이 가슴에 하얀 반달모양의 무늬가 있는데 가끔 민가에까지 내려와서 마을주민이 총을 쏴서 잡았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오르막길을 한참 꼬불거리며 오르자 드디어 능선. 7-8부쯤 되는 것 같은 능선길을 가다보니 왠 시커먼 호수가 나온다.
신기해서 차에서 내려 구경을 하다보니 맞은편에서 시외버스(?)가 내려온다. 이 깊은 산속에 왠 버스???  가만히 보니 가끔씩 정류장 표시도 있다. 곰이라도 태우나?

 
도로의 종점에 있는 큼직한 산장. 산장에 걸린 사진을 보니 겨울에는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인다.

이런 산길을 꼬불거리며 한시간쯤 가다보니 드디어 주차장이 나오는데 멀쩡하게 생겼다. 5-60대쯤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이미 꽉 차있었고...
도대체가 좀 이상하다.  이 깊은 산속에 버스가 다니질 않나 주차장에 차가 꽉 들어차 있질 않나. 물론 버스에는 승객이 거의 타지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7월에서 10월까지는 매일 몇 대씩은 정기적으로 다니는 모양이다.

주차장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는 큼직한 산장이 덜렁 서 있었고 산장앞 공터에는 등산객들이 몇 개 팀 정도 있었다.  등산객들과 산장주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산너머 하쿠바쪽에서 산을 넘어와서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버스 타고 산을 내려가는 모양이다

 
언덕길 옆의 三國一の湯

산장에는 온천 목욕탕이 있는데 노천온천 입장료 포함 800엔이란다. 근처에 있는 노천온천만 이용할 경우에는 500엔이라는데 산장 카운터의 젊은이가 아내를 보더니 몇 번을 물어본다. 혼욕탕인데 괜찮냐고. 걱정도 태산. 다 알아서 들어가면 될 터인데...
800엔씩 내고 산장 뒤에 있다는 노천온천을 찾아 나섰다. 산장 뒤에 간판이 하나 붙어있는데 언덕 위쪽을 시계방향으로 빙 돌아가는 산길 중간 중간에 노천온천 표시가 있었다. 산길을 잠시 오르자 첫 번째 탕인  三國一の湯.  좀 심했다.
길옆에 땅을 파놓고, 한 사람 겨우 들어갈 만한 관짝같은 나무탕을 만들어 놓았는데 물을 만져보니 미적지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는 얼른 벗고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유노하나(湯の花)인지 때인지 몸 여기저기 허연 건더기가 붙어있어 영 기분이 찝찝하다. 마치 목욕탕 옆 하수도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仙氣の湯.  온천물은 뒤쪽 연기가 솟는 언덕에서 파이프를 통해 흘러내린다.

다시 산길을 100m쯤 오르자 넓직하게 경사진 평지가 나오고 산사태가 난 듯한 산쪽 절벽에서는 뭉게뭉게 연기가 올라왔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절벽(언덕?) 앞에 다가서자  푸른 물을 가득담은  3-4평은 됨직한 큼직한 나무욕조가 있었다.

仙氣の湯.

손을 넣어보니 뜨끈뜨끈. 탕안에 들어앉자 분위기가 그만이다.  넓직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편 저 멀리에는 큼직한 산들이 옅은 구름속에 가물가물 떠있었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이마의 땀방울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仙氣の湯 - 아사히다케 연봉이 가물가물 보인다.

저 앞의 일본 北알프스의 큼직한 산들(朝日岳 連峰)을 바라보며 유황냄새가 섞인 숲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니 마치 신선의 氣(?)가 느껴지는 것 같다.
탕속에 목만 내밀고 앉아 찰랑찰랑거리는 온천물 위에 떠있는 아스라한 경치를 풀린 눈으로 올려다 보며 흐믓해 하다보니 어째 아내에게 좀 미안했다.
그래서 내가 망을 보기로 하고 아내가 탕안에 들어갔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서 좋아했지만 언제 사람들이 몰려올지 모르니 마냥 들어가 있을 수는 없었다.

 
연기나는 언덕옆 돌탕 - 藥師の湯

仙氣の湯의 뒤쪽의 연기가 솟아나는 언덕 옆을 표지판을 따라 100m쯤 올라가자 또 하나의 탕이 있었다.  藥師の湯.
작지만 뜨뜻한 맑은 하늘색 온천물이 가득 담긴 돌을 쌓아 만든 노천탕에 이번에는 둘이서 함께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밑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위에서는 사람이 올라오는지 잘 보였기 때문이다.
藥師の湯에서 내려오니 仙氣の湯에는 언제 왔는지 아저씨가 들어앉아 벌겋게 몸을 달구고 있었다. 다음 노천탕을 찾아 언덕길을 내려가니 4번째탕인 新黃金の湯은 흙으로 메워져서 풀만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다시 그 아래 숲속 산길 옆에 黃金の湯가 있었다.

  
수풀속에 둘러싸인 黃金の湯

탕으로 내려가자 父子로 보이는 등산객 2명이 목욕을 마치고 막 떠나려는 참이었고 잠시 기다렸다가 내가 들어가 주었다.
물은 뜨뜻했지만 숲에 둘러싸인 나무욕조는 퀴퀴한 기분이 들어 기념으로 한번 퐁당거리는 것으로 족했고 들어앉아 즐길만한 탕은 아니었다. 어디 노천탕이 또 있나 하며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니 금방 산장이었다.
나중에 보니  원래 이곳에는 각각 성분과 효능이 다른 노천탕이 7개가 있어 蓮華七湯으로 불리웠으나 지금인 4개만 남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로써 산길 노천탕 순회를 마치고 산장으로 돌아와 내탕에서 머리를 시원하게 감고 나왔다.  돌아오면서 혹시 곰이 나오는지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달려 내려왔다.


 藥師の湯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仙氣の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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