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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코(妙高)고원의 츠바메(燕)온천

 


언덕을 따라 여관들이 늘어선 츠바메 온천가의 입구

上信越自動車道를 타고 나가노(長野)현의 북쪽끝을 넘어서 니가타(新潟)현으로 접어들면, 동해바다(일본에서는 日本海라고 함)로 나가는 길목 중간에 묘코산(妙高山: 2,454m)이라는 높은 산을 중심으로 경사진 평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묘코아카쿠라(妙高赤倉)라는 대형 스키장을 중심으로 10여개의 스키장이 모여있는 유명한 스키촌이기도 하다.  묘코아카쿠라 스키장은  챔피온 스키장 등 4개의 스키장이 한데 모여있는 곳으로 길이 2,600m의 곤도라를 비롯해서 리프트만 27개 있는 초대형 스키장이다. 이런 넓은 곳에서 한 번 타보려고 겨울에 세 번이나 갔었지만 3번 모두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두 번은 도중에 돌아오고,


온천가를 지나 올라오면 등산로로 통하는 길에 또 이런 게단이 있다. 낑낑대며 올라가 보니 작은 신사(神社)가 있다.

한 번은 스키장앞까지 갔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아마 동해바다에서 올라오는 습한 공기가 묘코산에 부딪쳐서 모두 눈으로 변해서 그런지 가는 도중까지는 멀쩡한데 묘코산 근처만 가면 그렇게 눈이 펑펑 내렸다.  아니면 우리가 가는 날만 그랬는지...
아무튼 이번에는 겨울이 아닌 초여름에 묘코스키장의 북쪽 구석에 있는 제비온천(츠바메온천)이라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 묘코지역은 겨울 스키장뿐만이 아니라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7)부터 문을 열었다는 아카쿠라(赤倉)온천을 비롯하여 스키장 숫자만큼의 온천마을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곳이다.  굳이 멀리서 와서 건강사우나나 호텔,여관 스타일의 온천을 찾아갈 이유는 없었기에  가장 자연미가 풀풀나는 노천온천을 찾다 보니 제비(燕:츠바메)온천이라는 곳이 가장 그럴 듯해 보였다. 이곳에는 黃金の湯(남녀별도)과  河原の湯(혼욕)라는 2개의 숲속 노천탕이 있다고 한다.
자동차를 타고 북쪽을 향해가다 어느덧 묘코고원 근처에 이르자 아니나 달라,  


계단을 올라가 보니 또 언덕길이다. 진짜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여서 그렇다. 길 끝에 무슨 건물이 있고, 사진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건물 아래부분 처럼 보이는 곳에 풀이 많이 우거진 곳이 있다. 여기가 黃金の湯이다.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산으로 오르는 언덕길에 접어들자 비가 억수로 내린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비가 내리는데,  한가지 우스운 것은 그 비가 내리는데도 길옆 골프장에서는 골프들을 치고 있었다.  들은 소리에 의하면, 동남아에 가면 소나기 퍼풋는데도 골프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 밖에 없다는데 여기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구먼!  
묘코산에 가장 가까운 즉,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츠바메온천(해발 1,100m) 입구에 이르자, 더 이상 차 세울 곳이 없으니 걸어가라는 팻말이 보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에도 시원하게 피어있는 수국(아지사이) 꽃들을 감상하며 온천 동네 언덕길 끝에 오르자 1차 목적지인 오공노유(黃金の湯) 입구에 도착.   


우리 앞으로 먼저 간 사람들이 탕에 들어가 있다. 보이는 탕은 여탕이고 바위 뒤편으로 남탕이 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계단길을 오르자 다시 평평한 언덕이 위로 펼쳐 있었고 중턱쯤에 온천 비슷한게 있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우리보다 조금 앞서서 올라간 한쌍은 이미 탕안에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 보니 관리인도 입장료도 없는 무료 노천탕으로  입구는 큼직큼직한 돌을 쌓아 왼쪽은 남탕, 오른쪽은 여탕으로 입구를 갈라놓았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온천물이나 적셔보려고 입구옆  판자집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데 왠지 뒷통수가 따가왔다.  뒤를 돌아보니 바로앞 탕안에는 먼저 들어간 남자가 들어가 있는데  그 옆 탕에는 여자가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고 뎅그머니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 봐라!  다 보이네!!  
남탕,여탕을 큼직한 바윗돌로 갈라놓았으니 분명 혼탕은 아니었지만 좀 황당했다. 아! 이래서 온천입구에 세워놓은 차안에 앉아있던 또 다른 커플이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봤구먼!  


남탕의 바위 위에서 보니 이렇게 남탕과 여탕, 여자 탈의실이 있다.

맞은편 여탕 탈의실 앞에서 황당해 하는 아내와 서로 마주보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에라 나라도 탕에 들어가보자"하고는 벗고 들어갔다.  궁금해서 가끔씩 뒤를 돌아다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젊잖게 가운데 칸막이 바윗돌에 등을 대고 잠시 온천물에 앉아 있었다. 사진이라도 몇장 찍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먼저 들어온 한쌍이 나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혼욕탕엘 한 번 가보고 다시 와서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고는 아내를 찾았지만  아내는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내를 찾아 언덕길을 내려왔다가 그 다음 혼욕탕은 도대체 어떨까 해서 가는 길을 찾아보니 언덕 옆 계곡 벼랑길 중턱을 깎아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조금 따라 가다보니 아무래도 범상치 않았다.  


河原の湯로 가는 도중에 본 폭포.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시원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 덩어리가 있다.

다시 돌아와 아내를 찾아 함께 가려고 언덕을 올라오니 아내는 노천탕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어디 있었냐고 물으니 자기도 여기까지 왔으니 꼭 들어가보고 싶어, 우산을 쓰고 바위 옆에 꼭 붙어 온천물에 들어가 있었다나?  
"아니 다른 남자가 바로 바윗돌 뒤에 훌떡 벗고 앉아있는데 들어가다니!! 일본인들은 원래 그렇다고 해도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우리가 둘다 똑 같이 놀아서야 쓰겠는가?  나혼자 해보면 됐지!" 라고 꿍시렁거리며 두 번째 문제의 혼욕탕 카와라노유(河原の湯)를 향했다.
가는 길에 우리보다 조금 앞서 걷던 동네 아저씨가 뒤를 힐끔거리면 쳐다보는 것이 노천탕 분위기가 대강 짐작이 갔다.  츠바메(燕)온천마을 언덕끝에서 시작되는 카와라온천탕 가는 길은 깊은 계곡 중턱의 벼랑을 깎아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가는 길 중간쯤에는  계곡 맞은편  산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폭포도 있었고 군데 군데 산 사태가 난 흔적도 보여 어째 좀 신비스러웠다.  
더욱이 간간이 몰려오는 안개구름으로 비에 젖은 깊은 계곡이 희끗희끗 사라지곤 하니 마치 스틸버그 감독의 영화 생각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럴 듯한 이 계곡길은 얼마가지 않아 끝이 나고 녹슨 쇠다리앞에서 계곡은 둘로 갈라지는데, 한눈에도 어느쪽이 온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계곡물 색깔이 달랐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좁은 길

                       
좁은 길에서 내려다 보니 두 갈래의 계곡물이 합쳐지고 있다. 왼쪽이 온천의 유황 성분이 들어간 붉은 물, 오른쪽은 그냥 계곡 물. 왼쪽 계곡 위에 걸린 검은 쇠다리가 보인다. 왼쪽 계곡길을 따라들어가면 노천탕이 있다.


계곡 모퉁이를 돌아 카와라노유를 보는 순간 헉!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런 산 속에 이토록 오묘한 색깔의 온천 탕이 있다니... 진짜 선녀라도 내려와 온천욕을 즐길 것 같다.

탕쇠다리를 건너 유황냄새 폴폴나는 좁다란 계곡옆 바윗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오른편으로 꺾어지자  갑자기  쫜~~~~~ !!   좁은 바위계곡 옆에 쌓아 놓은 축대안에는 푸르스름하고 뽀얀  온천물이 가득차 있었다. 비가 내려 촉촉히 젖은  좁은 계곡 안쪽에 2~30명은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신비한 빛깔의 노천탕이 있다는게 신기함을 넘어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탕앞에 대충 들여다 보이게 지어진 탈의실은 남녀 각각 2명쯤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고, 앞에는 수영복이나 수건을 감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入浴수칙을 붙여 놓았다. (오래된 혼욕탕에 흔히 붙어있는 이 수칙은 전통적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엉큼한 냄새가 난다.)  


카와라노유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폭포쪽을 보니, 막 산아래서 안개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탕안에는 이미 남자가 2명이나 들어가 있었고 얼른 우리 부부가, 아니, 아내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그럴 수는 없지... 아내를 돌려보내고 대신 내가 들어가 주었다.  1m가 넘는 깊이의 온천물은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아 한 2~30분 정도는 앉아있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얼른 나왔다.  
묘코산에서 내려오는 약초꾼들(일본사람들은 약초는 거의 없는 것 같고, 봄에는 주로 산채-고사리, 고비, 죽순, 두릅 등을 캔다)과 함께 온천마을로 돌아내려왔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이번과 같은 신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자연 속의 온천탕은 그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지는데...


아카쿠라 온천의 대노천탕. 바로 길 옆이라 전봇대도 보이고 다른 집 지붕도 보이고... 그냥 넓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은 몸을 녹일 겸해서 동양최대의 노천온천이라는 아카쿠라(赤倉)온천의 大野天風呂라는 노천온천을 찾아갔다.

 가보니 뭐 그저 그렇다.  입장료는 800엔이나 냈지만 어찌 먼저 들어갔던 노천탕만 하랴.  그래도 커다란 노천탕 옆에 따로 만들어 놓은 뜨끈뜨끈한 열탕속에서 푹 담그니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역시 묘코산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날씨는 점점 개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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