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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목장(山田牧場)에서 호젓한 캠핑을..(1)

 

 
그림 왼쪽에서부터 길을 따라 돌면, 山田온천, 五色온천, 七味온천, 그리고 동그라미 친 곳이 야마다목장의 캠프장이다. 실제 길은 이보다 더 꼬불거린다.

이전부터 벼르고 별러 온 고시키, 시치미(五色, 七味)온천에 가려고 하니 당일치기로는 영 힘들 것 같았다.
오고 가는 데만 열두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니...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온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다니고 싶은 생각에 하루를 묵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잘 곳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전국 오토캠프장을 소개하는 책을 찾아보니, 이 근처에 야마다목장이 있고, 그 안에 캠프장이 있다고 한다.
요금도 싸고... 이름이 알려지고 시설이 좋은 곳들은 하룻밤 자는 데 전부 4,000-7,000엔 정도인데, 여기는 1인당 500엔만 내라고 한다.
싼 맛에 텐트만 있으면 좀 추워도 즐겁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높은 산 중턱에서 본 야마다 목장.

이 곳을 목적지로 삼고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려가 스자카(須坂)I.C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시내의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로 조개와 생선을 샀다. 산 속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바다의 맛을 상상하며!
물건을 산 후, 이 지역의 지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도로 표지판(이 것은 너무 자세해서 일본에서 제일 칭찬해 주고 싶다)만 보고 대충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이 지역 전체를 신슈타카야마온센쿄(信州高山溫泉鄕, 행정구역명으로는 長野縣 上高井郡 高山村)라고 한다. 어느 한 집만이 아닌 마을 전체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鄕"이란 말을 붙인 것 같다. 빙글 빙글 계곡 길을 돌다보니 야마다 온천(山田溫泉)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니 그렇게 들어가 보고 싶어하던 고시키, 시치미 온천이 나왔다. 드디어 왔다! 잠시 쉬고 나니 진짜 쉴 곳을 빨리 찾아야지...
또 S자 산 길(여기는 재미있게도 커브마다 번호를 붙여놓았다. 나중에 산 꼭대기까지 가보니 거의 99번째)을 어지럽도록 돌며 올라가니 60번째쯤 되는 곳에 오쿠야마다 온천(奧山田 溫泉)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스키장 겸 목장. 이런 검은 소들이 계속 따라다녔다.

정말 "오쿠(奧)"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깊숙히도 있네... 그리고 옆으로는 야마다 목장이라는 팻말도 있다. 목장이 표고 1400-1700m 걸쳐서 있다고 하니, 드디어 표고 1400m 쯤에 도착한 것이다.
목장이라는 곳에 처음 온 것이어서, 캠프장 찾기에 앞서 휘 둘러 보니 넓다. 진짜 넓다. 산 비탈에는 풀들만 자라 소들이 열심히 등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비탈이 그냥 비탈이 아니라 스키장이었다. 하긴 여름에만 소 방목을 하니 눈 많이 내리는 겨울에 스키장을 운영할 만하다. 그러나 다른 곳에 비해 도로 사정도 나쁘고, 크기가 작은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주위의 펜션들을 보니 장사가 안 되어서 문 닫고 폐허가 된 곳이 몇 군데 있다.


캠프장. 하얀 자판기가 보이고, 그 뒤로 설거지대가 있다. 그리고 나무들 뒤편으로 또 이 정도만한 넓이의 공간이 있다.

산 비탈과 우리 옆에서 우리를 계속 감시하는 소들을 구경하다가, 캠프장 관리 사무소를 찾으니 영 보이지가 않는다. 안내 번호로 전화를 해서 이러 이러하게 온 사람인데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으니, 손님도 없으니 그냥 아무데나 텐트 치고 자라고 한다.
돈은 내일 아침에 와서 받아갈테니... 황당... 아무리 넓은 목장이라고는 하나, 주위에 소똥은 마구 밟히고, 아니 더 중요한 것은 소들이 째려보고 있는데 아무데서나 자라니... 뿔 달린 소들이 텐트를 밀어 붙이면 어떻게 하나...
투덜거리며 목장 내의 길을 따라 한참 돌다보니 캠프장 표시가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작은 임시 건물이 있는데, 거기가 괸리소라고 한다.

관리소라기 보다는 물품 보관소 같은 곳인데... 어느 아저씨가 다른 사람에게 안내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가서 입장료를 냈다. 보아하니 손님이 있을 때만 어디선가 관리인이 나타나 돈을 받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 아침에 돈 받으로 오겠다는 말도 맞네. 캠프장을 둘러보니 목장의 한 편에 마련된 그냥 자그마한 공터이다. 간혹 풀도 많이 자라있는... 시설로는 자판기와 대충 만든 설거지대와 화장실이 전부. 그리고는 주위로 소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놓았다.
너무 산 속이고, 너무 엉성한가...정말 우리만 있었다면 그냥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한 팀도 있으니 무섭지 않게, 호젓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찌 되었건 묵어주는 우리에게, 관리 아저씨가, 전날 밤에는 엄청 서리가 많이 내려 추웠다면서 모닥불용 장작은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한다. 고맙긴 한데 하늘을 보니 비가 내릴 것 같다.


깨끗하고 뜨뜻한 內湯.

해 지기 전에 우선 텐트부터 쳐 놓고, 써늘해 지는 몸을 녹이기 위해 동네 온천을 들어가기로 했다. 이 목장을 바라보며 네 군데 정도 온천 여관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는데,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당일치기 목욕은 안된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팻말을 보고 들어간 Red Wood Inn이라는 펜션에서는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준다. 고맙다. 이런 펜션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여기서 묵었으면 좋았을걸... 2층으로 올라가 탕으로 들어가 보니 깔끔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물도 뜨뜻하고 희면서 유황 냄새가 팍팍 난다. 이런 저런 온천을 돌다 보니 이런 온천만이 진짜 온천이라는 생각이 들어, 후~ 몸이 푹 퍼진다.
로텐부로(露天風呂)로 나가보니 헉! 무지하게 큰 나무를 잘라 파서 만든 유부네(湯船, 온천 물을 담은 욕조)가 떡 버티고 있다. 옆에 쓰여져 있는 안내문을 보니, 일본의 나무가 아니라, 미국에서 자라는 Red Wood라는 나무로, 수령이 1650년 정도, 직경이 5m짜리를 일본으로 가져와 만들었다고 한다.


회색으로 변한 나무 로텐부로.

이렇게 오래된 나무로 만든 유부네에 들어가기가 왠지 송구스럽고 황송하다. 긴 세월을 어떤 풍파에도 잘 버티고 살아온 나무가 이제는 온천 물이나 담고 있어야 하다니...  하얀 유노하나(湯の花, 온천 물의 침전물)에 삭아 회색으로 바랜 나무는 그 옛날 하늘을 찌를 듯이 자라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덕분에 산 속의 추위를 녹이고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산 속에서 자는 것이 그리 편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다음 날 "오쿠야마다온천 뻐꾸기 합창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는지, 밤새도록 온 산의 뻐꾸기들이 울어대는데, 장난이 아니다.

또 소들은 괜히 캠프장 주위에서 왔다갔다 하고... 호젓한 곳이긴 한데 무언가 낯설은 번잡함에 동 트기도 전에 일어났다. 가끔 사람들과 부딪히며 접하고 사는 것이 지겹게 여겨져도, 막상 사람이 뜸한 곳에 와 보니, 생활속의 익숙한 소음이 차라리 그립다. 아마도 내가 "인간이라는 치졸한 우월감"을 버리지 않는 한 뻐꾸기의 노래나 수다, 소들의 호기심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로텐부로에 들어가서 바라보는 목장 전경.

 


나무로 운치있게 지은 Red Wood Inn 펜션의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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