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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酒田市에 있는 혼마 가문의 옛집을 보며(本間家舊本邸)

 


이 현관 앞의 赤松은 가류노마츠(伏龍の松) 또는 몬카부리노마츠(門かぶりの松)라고 불린다.
무사 집안의 대문 위로는 이런 소나무들이 자라는데 영원히 변치 않는 충절을 의미하나 싶다.

本間家舊本邸는 일본의 토호쿠지방(東北地方, 동북쪽의 靑森縣 岩手縣 秋田縣 宮城縣 福島縣) 중의 한 곳인 야마가타현(山形縣) 사카타시(酒田市)에 있다. 산쿄창고(山居倉庫)가 있는 곳에서, 약 500m정도, 작은 하천인 니이다가와(新井田川)의 산쿄바시(山居橋)를 건너 북쪽 주택가를 지나 큰 길로 나가면 주위의 건물들을 압도하듯이 길다란 담장이 나온다.
대문으로 들어가 자갈 깔린 발밑을 보다가 고개 들면 "허어~ 참~"이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현관 앞에 떡 버티고 서서 "네 이놈 무엄하다~"하며 호통을 치는 듯한 소나무를 한참 올려다 볼 수밖에 없으니.
죄 지은 것 없지만 옷 매무새 가다듬고 얌전히 이 집을 구경해야 할 것 같다.


 부케야시키(武家屋敷) 양식으로 지어진 현관 옆의 방의 바깥 모습.
방문을 다 열면 아기자기하게 바위들을 배치한 작은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本間家舊本邸는
1768년 상업과 대지주로 이 지역의 유지(에도 시대 일본 최대의 지주라고도 함)인 이 집안의 3대 當主인 미츠오카(本間光丘)란 사람이,
바쿠후의 쥰켄시(幕府 巡見使, 중앙에서 일시적으로 파견하여 지방의 행정과 민정을 살피는 관리) 일행이 왔을 때 머물 수 있도록 지어서,
당시 쇼나이반슈인 사카이 가문(庄內 藩主 酒井家)에 바친 집이다.
이 집의 특징이라면 일본내에서도 드물게, 앞 부분은 부케야시키(武家屋敷, 무사 계급의 특징적인 집 형태, 현관 앞의 소나무도 무사 정신을 나타냄) 양식이고, 뒷부분은 쇼케즈쿠리(商家造り, 상업을 하는 집의 특징)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 쥰켄시가 온 적은 단 한 번 뿐이고, 다시 이 집을 되돌려 받아 뒷편에서 가족들이 생활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 부분의 방들은 가끔씩 손님으로 오는 높은 계급의 무사들을 위해 마련해 놓을 뿐이었다. 실제 1945년까지 200년 넘게 사용된 이 집은 건평 200평에, 방 수가 23개, 부케야시키 부분은 느티나무와 노송나무로 되어 있고, 다른 곳은 삼나무와 소나무로 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山形縣 有形文化財이다.
그러나 이런 전체적인 집의 구조나 형태들은 사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대충 구경하고 지나가는 관광객에는 그리 신기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 와서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다이도코로(臺所, 부엌)"를 보아서 좋았다.

 


현관의 모습. 신을 벗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왼쪽이 부케야시키 양식의 방이 나오고, 오른쪽은 집의 뒷편이 나온다.

 


왼쪽의 문으로 들어가면 위의 정원이 나온다.
 


바쿠후의 쥰켄시가 묵은 방으로 현관 왼쪽에 있어서 정원이 보인다.


방들이 이렇게 문을 열면 안쪽까지 다 연결이 된다.


건물의 맨 뒤편에 있으며, 다른 곳과는 달리 부엌 옆이어서 그런지 복도도 마루로 되어있다.
왼쪽의 붙박이 장이 식기장이다. 오른쪽에 살짝 부뚜막이 보인다.
다이도코로를 오캇테(御勝手)라고도 한다.


부뚜막이 이렇게 놓여있고, 이 뒤의 공간에는 이로리(??裏)가 천장에서부터 걸려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각틀이 나가시(流し, 流し台)이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뒷뜰과 우물이 있다.
이렇게 집 뒷편에 난 문을 캇테구치(勝手口)라고 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이 문으로 드나들고
집 주인이나 손님만이 현관을 이용한다.


부엌의 한편에 이렇게 나가시(流し, 流し台)가 있다.
자세히 보면 구멍이 있고 쇠파이프가 아래로 내려가 있어서 이런 배수 시설은 근대에 이루어진 것 같다.
 대부분은 물항아리에 물을 길러와 조금씩 사용하기 때문에 현대의 싱크와 같은 기능은 아니다.
조리대, 준비대라고 할 수 있다.

다이도코로(台所 Kitchen, 또는 오캇테御勝手)라는 말을 처음 배웠을 때 왜 부엌을 이렇게 부르는지 궁금했다.
하긴 한국어의 부엌이 왜 그러냐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이 말의 어원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에 귀족들의 집에서 식생활을 하는 방을 말하는데, 여기에 여러 盤(소반, 접시)을 얹어놓는 台(선반 臺)가 있어서, 접시를 두는 선반이 있는 곳(다이반도코로 台盤所)이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다이도코로(台所)로 줄어들었으며, 식재나 식기들은 우물이나 시냇가에서 씻고, 집에 들어와서는 나가시(流し, 流し台, Kitchen Sink)라고 하는 나무판 위에서 식재들을 준비하고, 카마도(?)라 불리는 부뚜막에서 조리를 하는데,
이 집안에서의 공간을 다이도코로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좀 더 나누어 보면, 예전에 "우다츠"를 소개한 글의 사진에서 보면,
방이 있는 맞은편 도마(土間, 흙바닥)에  부뚜막이 있고 그 옆에 찬장과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렇게 신발을 신고 일을 하는 부엌이 있는가 하면, 이 혼마 집처럼 집안의 한 방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또한 에도시대의 서민들이 사는 나가야(長屋)라고 해서 한 건물에 여러 집(정확히는 한 집이라고 하는 것이 한 두 칸의 방만 있음, 部屋, 이래서 현대의 아파트에서도 한  집 한 집을 "방"이라고 한다)이 붙어있는 곳에서는,
입구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 조그만 도마(土間, 흙바닥)가 있고, 그 한 구석에 작은  나가시(流し, 流し台)가 있다.
나가시는 한자 그대로 보면 뭔가 물을 흘려보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는 나가야의 공동 우물에서 식재들을 씻고, 그릇들은 며칠에 한 번씩 닦으니, 나가시에서는 그저 조리 준비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타타미 위로 올라가면 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한편에 부뚜막인 작은 카마도(?)나 숯불 화로인 시치링(七輪)이 놓여져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는 온돌이 있어서 방과 부엌이 분리된 공간이고 높이도 반드시 낮았다.
그러니 밥상을 들고 방으로 왔다갔다 하려면 층계 두서너개는 오르락 내리락 하는 운동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은 부뚜막이 온돌 난방을 하는 기능이 아니라, 단지 조리를 위해 불이 필요한 것이니 굳이 방 아래 멀리 있지 않아도 된다.
잘 사는 혼마 집처럼 다른 방에서 그대로 연결이 되는 넓은 마루방으로 따로 있거나, 서민이라도 그저 방 한켠에 자그마하게 불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서민의 부엌은 실제 그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예전처럼 편한 곳은 아니다. 멀리 있는 공동 우물로 왔다 갔다 하고, 신발 신고 서서 조리 준비 하고, 방으로 올라와 무릎 끓고 앉아 뭔가 끓이고 하는 일련의 동작들이 힘드니 이를 고쳐보자며,
다이쇼시대(大正 1912-1926) 들어서 "다이도코로 개선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안의 한 곳에서 서서 일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도 고치고, 전기, 가스, 수도를 집 안으로 들여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운동이 우선적으로 도시의 가정에 제대로 정착한 것은 쇼와시대(昭和 1926-1989)에 들어가서였고, 농촌의 주택까지 바꿔지기에는 1945년 이후의 일이다.

일반 주택의 부엌이 대부분 방과 연결이 되는 공간에 따로 만들어지면서 이 나가시도 바뀌어 갔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는데 1945년 이후에는 시멘트에 타일을 붙인 모양이거나, 진토기(ジントギ, 人造石の?ぎ出し, 작은 돌들이 박힌 인조 대리석)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릇이 잘 깨지는 단점이 생기며 스텐레스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토쿄의 公?晴海?地, 1958년준공, 마루로 된 부엌과 타타미 방 두 개)의 부엌에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그 가격도 싸져서 급속히 다른 주택으로 퍼졌다.
이후 부엌이 바뀌면서 가전제품들도 하나 둘 놓여지게 되었다.

이런 다이도코로가 이제는 시스템키친(system kitchen)으로 더더욱 편한 곳이 되었다.
시스템키친의 원조는 제1차대전을 겪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후의 재건을 위해 우선 주택난을 해소해야 하는데, 크고 넓은 집보다는 최소한의 갖출 것을 다 갖춘 집을 지어 하나라도 더 많은 국민들의 고충을 덜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프랑크푸르트키친(Frankfurterkueche)이라 하는 이 부엌은 크기가 약 240*240cm정도인데 여기에 두 개의 싱크, 작업대, 렌지, 오븐, 다리미대, 식기수납고까지 다 완비되어 공간의 유효활용을 극대화 한 것이다.

참고로 다이도코로란 말은 다른 곳에서도 듣는데, 사극을 보면 大臣, 大將의 부인들을 부를 때 미다이도코로(御台所, みだいどころ)라고 한다. 아마 부엌의 총책임자란 의미에서 그러는 것 같은데, 실제 이들이 얼마나 부엌을 들락거렸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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