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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쿠(東北地方)로 가는 길(1)

 


일본 전체 지도에서 파란 부분이 토호쿠(東北)지방이다.
이 중에서 야마가타, 아키타, 아오모리현을 둘러 보았다.


아오모리현의 대표 산으로 "츠가루의 후지산(津輕富士)"이라 불리는
이와키산(岩木山 1625m)과 그 주변의 사과밭.


7월 어느 비오는 날 오후, 서북쪽 해안가 고속도로(北陸自動車道)를 달리며 내다 본 농촌 풍경. 평야 중간 중간 집들이 있는데 꼭 집 주위에 커다란 나무들이 서 있다. 바닷 바람을 막는 것 같다.  
니이가타현(新潟縣 )의 니이가타시(新潟市)로 들어가기 전.

1997년 여름, 일본 본토(本州)의 서북쪽 해안가를 달려 달려 아오모리현(靑森縣)까지 갔다.
그리고 우연히도 커다란 사과나무를 보았지만, 가는 길이 바빠서 차에서 내려 사진 하나 찍지 못하고 멀어져야 했다.
그 이후 사과만 보면 그 곳의 사과나무가 보고 싶어졌지만,
글쎄, 또 볼 수가 있을까... 얼마나 먼 길인데...
그러나 또 한 번 그 길을 가게 되었다.

사과나무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해안가를 달리던 한 냥짜리 기차다.
당시, 탄 사람도 별로 없이 그저 달리던 그 기차를 보며, 겨울에 하얀 눈이 쌓인 해변가를 또 그렇게 달리고 있을 기차를 상상하니 아련한 적막함에 왠지 가슴이 시렸다.
이번엔 기차라도 한 번 타볼까...

무작정 북쪽으로 떠난 길, 출발할 때는 비가 무척 내리더니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니 구름만 껴있고 날이 저문다.
비구름보다 우리가 먼저 니이가타현(新潟縣 )의 니이가타시(新潟市)에 도착한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대충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이 도시에서 맛있는 집을 금새 찾기란 쉽지 않고, 결국 가는 길 도중에 전국 체인점 쯤 되는,
나고야에서 즐겨 먹던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 각 지역마다 특별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여행을 하려면 미리 자료 수집을 해야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떠난 우리같은 여행객들에겐 전국 체인점이 비교적 적은 돈에 익숙한 맛으로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좋다.


이제 고속도로는 끝나고, 번갈아 해안가이기도 하고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7번 국도를 타고 본격적으로 국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어느 곳에서 묵을 예정도 없고 가다 가다 어둡고 지치면 지도상에 보이는 "미치노에키(道の驛, 휴게소)"에서 머물면 되기 때문에 국도 여행은 자유롭고 호기심에 즐겁다.
드디어 날은 완전히 저물고 비도 슬금슬금 내리기 시작하는데, 지나온 다른 미치노에키보다 커 보이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 주차하러 주위를 둘러보니,  이거 웬 횡재! 여기서 쉬어가는 뜨내기들과 동네 주민을 위한 온천 목욕탕이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
찌부득한 날씨에 줄창 한 자세로 앉아 있어서 굳은 몸을 무척이나 뜨거운 물에 담그니 어느 비싼 온천 여관이 부럽지 않다.


야마가타현(山形縣) 츠루오카시(鶴岡市)의 아츠미온천(あつみ溫泉) 입구

전날 뜨거운 목욕을 하고 자동차로 돌아와 눈만 감은 것 같은데...  비오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잠이 깼다.
밤새 줄창 내리고 아침에도 하늘은 신바람이 났다.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는 동안, 이 또한 횡재인, 편의점 옆에 있는 셀프빨래방에서 세탁을 할 수가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온천과 세탁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빗물 튀기며 너도 나도 열심히 질주하는 길을 따라 야마가타현(山形縣)에 입성!.
아침 밥은 먹었지만, 같은 목욕탕을 들어가느니 좀 가다가 새로운 온천을 찾아보려고 아직 세수도 하지 않았는데 앞에 딱 보인다.
커다란 코케시(こけし) 인형에 쓰인 아츠미온천(あつみ溫泉).
계곡 하천 옆으로 있는 마을은, 평일 비 오는 날 아침 누가 오랴 싶은 만큼 너무나 조용하다. 한편에 있는 여관 소개 안내판을 보고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목욕만 할 수 있는 곳을 소개받았다. 작은 호텔의 프론트 직원은 웃는 얼굴로,  아직 10시도 되지 않아 준비 청소중이라고 하면서 잠시 기다리면 얼른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불쑥 찾아온 별로 돈이 되지 않는 손님이지만 의외로 친절하게 맞아주어 고맙다.

위에 보이는 코케시(こけし 木牌子 木形子 木芥子 木削子) 인형은 토호쿠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공예품이다.
이것이 생긴 이유가 몇 개 있지만, 아마도 추운 겨울 몇 미터씩 눈이 많이 내려 집밖으로 아이들이 나가 놀지 못할 때 만들어준 인형인 것 같다. 색깔까지 곱게 입히니 아이들 친구로 환영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인형은 이 지역에서도 또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디선가 얻은 코케시 박물관의 안내지에 나온 모양들이 다 다르다.

 


 아츠미온천(あつみ溫泉)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니 비가 그칠 듯 하다.
울창한 나무들과 입구를 못 찾을 것 같은 빼곡히 들어선 집들이 신기하다.


아츠미 온천 근처의 해안가에 있는 "타테이와(立岩)"란 곳이다.
말 그대로 높이 51m의 바위가 서 있는 모습이 좀 신기하다고. 석양과 함께 보면 더 신비하게 보이는지, 이 자체로 "神"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도로 옆에 이렇게 진쟈(神社)가 있어서 지나가다 찍었다.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집 근처에서 많이 본 단어가 "月極駐車場"이란 것이다. 도대체 뜻이 뭔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서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츠키기메(つきぎめ)주차장 이며 다달이 요금을 내는 계약 주차장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왜 "極"字를 썼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이렇게 쓴 간판을 발견하였다.


해안가 길은 마을이 있으면 덜 썰렁해 보이지만 집들이 너무 길에 바싹 붙어있어서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이런 길은 다음 마을이 기다려진다.


어느 휴게소에 있는 김치 판매 냉장고이다. 여기에서도 김치를 팔다니 감격이다. 원고장 한국에서 만든 아리랑 상표의 김치라고.
 


해안가 길만 따라가다 전에 그냥 지나친 사카타시(酒田市)에 들렀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의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니며 구경을 잘 하였는데, 오후 네 다섯시가 되어가니 슬그머니 걱정이다. 오늘은 어디서 자나...


사카타시를 지나 아키타현(秋田縣)에 들어와
들른 휴게소에 산 버터감자. 커다란 감자를 삶아 버터(실제는 마아가린)를 듬뿍 넣어주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어서 그런지 왠지 우리나라 강원도의 감자가 생각난다.
위치도 비슷하고,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곳인가 보다.


전에 이 길을 가면서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바닷 바람을 받아 풍력 발전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된 것 같다.





아키타현에 들어오니 남쪽의 다른 현과는 다르게 해안가 산에 나무가 별로 없다.
기후도 다른 곳이라면 이 때 한창 덥게 30도가 넘을 텐데 구름까지 껴 있어서 썰렁한 봄 날씨 같았다.

버터감자를 먹던 휴게소에서 하루 쉬기에는 이제 해가 지려고 해서, 지도를 보니 20km정도 더 달리면 있는 휴게소까지 가기로 했다.
도로 옆의 언덕이나 산들에 너무 나무가 없네... 하며 구경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전에, 이쯤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쉴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내려 보니 한 구석에 허름한 앞치마를 두른 어느 꼬부랑 할머니가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아이스케키"라고 쓰여진 통을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이 길에 별로 다니는 자동차도 없고, 또 이 곳에서 쉬는 차도 없는데 도대체 하루 팔아서 얼마나 벌까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하나 먹기로 했다.
달라고 하니 뚜껑을 열고 아이스케키를 퍼 주는데, 어~어? 조금 황당했다. 당연히 퍼주는 도구가 흔히 보는 반원의 그 스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할머니는 좀 작은 사각형 스텐레스 주걱으로 꾹꾹 눌러준다. 사실 무엇으로 푸던 아이스케키 맛만 좋으면 그만인데, 먹으면서 이 스텐 주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저 신기했다.

그런데 나고야에서 어느날 보던 TV에 아키타현의 명물이라며 이 아이스케키 장사가 나왔다.
다른 곳과는 달리 스텐국자로 퍼 준다며 리포터도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이 사업은 약 50년 전에 어느 회사가 시작을 하였는데, 당시에 30대 정도의 농촌 아줌마들이 부업으로 도로변에서 장사를 하고 그대로 나이가 들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0년전부터인가는 누군가가 보고 이런 장사를 "바바헤라 아이스(
ババヘラ?アイス, 할머니 국자 아이스케키)라고 이름 붙였다고 해서 아예 이 회사가 상표 등록을 하였다.
지금은 이들의 모양도 세련(?)되어져서, 노란 깃발을 세우고, 노랗고 빨간 파라솔 밑에서, 모자를 쓰고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숟가락 모양의 작은 스텐 주걱으로 아이스케키를 담아준다.
그래서 은근히 그 할머니의 아이스를 기대했지만 이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휴게소에 방풍림으로 심어진 소나무가 바닷 바람에 쓰러질 듯 하다.
 


휴게소를 옆에서 찍었다. 여기도 풍력으로 이 곳의 전기를 다 사용한다고 한다.
 

오후 7시쯤 이와키(岩城)휴게소라는 곳에 도착하니 석양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더구나 또 횡재! 온천이 나오는지 목욕탕이 있다.  식당도 있고 휴게소 옆에는 오토캠프장이 있다. 혹시나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사용이 안된단다. 캠프장이 텅 비어 있는데 얼른 신청서 써서 허락해 주면 안되나... 그런데 직원 얼굴이 문 닫고 퇴근하고 싶어하는 지겨운 표정이다. 괜히 섭섭해서, 이런 휴게소를 개인이 운영하기 보다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설은 좋아도 운영에 있어서 유연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멋대로 생각을 하였다. 할 수 없이 주차장 신세인데, 좀 차가 많아서 구석을 찾다 보니 풍력 발전 구조물 아래가 되었다. 고즈넉하긴 하나 무지하게 큰 저 날개가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 되었다.

 

 

토호쿠로 가는 길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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