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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쿠(東北地方)로 가는 길 (3)

 


고속도로의 靑蔘中央 IC에서 내리다. 멀리 시내다.
 


무서운 우체통. 편지 넣는 투입구를 틀리면 후환이 두렵다.
 

아오모리현(靑森縣) 후카우라마치(深浦町)의 커다란 "타라치네(垂乳根)의 은행나무"를 보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오늘은 어디서 쉬어 갈까 고민을 하다가 아예 여기까지 온 김에 홋카이도(北海道)로 배를 타고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아오모리시(靑森市)까지 열심히 달려야 한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7시 정도쯤에 시내에 도착하였는데, 페리가 떠나는 항구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쉬지 않고 달려 와서 그런지 또 한 군데 찾을 곳이 급했다. 시내를 돌다가 어느 삼각형 건물에서 내리니 입구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에 뜨인다. 눈을 부라리며 칼을 들고 있는 무사 조형물을 보니 정말 여기가 아오모리라고 실감난다.

여름이면, 8월2-7일 사이에 아오모리 네부타마츠리(靑森ねぶた火祭り)를 한다고 TV에서 소개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고, 아주 오래전에는 이 마츠리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을 그린 그림을 하나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 무슨 귀신을 보는 것 같아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네부타마츠리는 쉽게 말해, 커다란 등(?籠)을 만들어 밤에 여러 명이 끌고 다니는데 그 옆에서는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이 춤추고 하는 도시축제이다. 이런 축제가 사람들을 각지에서 모으고 유명해진 이유는, 만들어지는 등이 가부키(歌舞伎)나 신화, 역사 등에서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을 5m가 넘는 높이로 대단히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면서 모양 자체도 그렇기 때문이다. 캄캄한 밤에 이 등에만 환하게 불이 켜지면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그 인물에 누구든지 압도당하기 때문에, 아마도 다른 지역의 자잘한 도구를 들고 하는 마츠리보다는 더 흡인력이 강한 것 같다.    www.nebuta.jp  

이 등의 작업이, 우리가 우연히 찾아간 삼각형의 靑森觀光物産館アスパム라는 건물 근처의 대규모 작업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체통 장식을 특이하게 만든 것 같다.
홋카이도를 기대하며 페리 항구로 가보니 밤 11시에 떠나는 배가 있다고 한다. 도착은 새벽2시 정도라는데 고민된다.
다닐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가서 얼마나 그 넓은 땅을 돌아볼까 싶다. 포기 !  

생각을 접으니 이제는 쉴 휴게소를 찾아야 한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어느 곳을 찾아가니 너무 도로 옆이라 시끄럽고 정말 노숙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도 포기 !     
아오모리현의 북쪽으로는 두 개의 半島가 있는데, 지도상에서 왼쪽이 츠가루(津輕)반도이고, 오른쪽이 시모키타(下北)반도이다.
츠가루반도의 맨 끝부분에는 홋카이도로 통하는 해저터널이 있고 열차가 다닌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츠가루반도를 돌아볼 생각에 이쪽의 해안가에서 쉬기로 하였다.

이렇게 결정하고 아오모리 시내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기쁘게도 한국 이름인 듯한 간판의 고깃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피곤한데도, 휴게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다 보니 10시가 넘어서 어느 휴게소 같은 곳에 도착하였다. 텅빈 주차장 저끝에 화장실 불빛만이 우리를 반긴다.
더욱 반가운 것은 입구에 작은 표지판이 있는데 한글로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아니 이런 북쪽의 한적한 마을까지 어느 한국 사람이 올까 싶어서 이런 정성을 들였나.. 하고 보니 정말 정성을 들인 보람이 있네...
이런 감탄을 하는데 갑자기 순찰차 한 대가 들어와서 살핀다. 뭐 문제 있냐고 이쪽에서 물으니, 자동차의 번호판을 힐끗 보고는
그냥 사라진다. 아마도 이 근처 사람이었으면 왜 이 시간에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무얼 하냐고 꼬치꼬치 캐물었을 것 같은데,
멀리서 온 외지인이니 사정이 뻔하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니, 이 지역에서 확실하게 돈 들여서 얼마 없는 관광객을 위해 시설들을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하여간 우리가 쉬어갈 수 있도록 마침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道の驛"たいらだて" (靑森縣 外ヶ浜町 平館)


우리만 쉬어간 주차장과 깨끗하게 관리되는 화장실.
 


 다시 해안가. 옆 바다는 츠가루해협.


바닷가의 집들이 딱 보기에도 찬 바람과 많은 눈에 견디도록 겹겹인 것 같다.


요시츠네 해수욕장(義經海浜公園)

타이라다테 휴게소(道の驛 たいらだて) 에서 일찍 세수만 하고 나와 아침을 먹기 위해 또 길을 달려야 했다.
제발 편의점이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안 가서 어느 마을에서 편의점을 발견하니 왠지 반갑다. 정말 편의점들이 전국 곳곳에 다 있어 장사하는 입장에서야 떼돈 벌기는 힘들겠지만, 여행객들은 이 곳이 있기 때문에 빈 손으로 다녀도 든든하다.

도시락을 사 들고 근처 바닷가에서 먹으려고 돌아보니 동네와는 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좋은 공원을 발견하였다.  
요시츠네 해수욕장겸 공원이다. 그 옛날 武將인 미나모토노요시츠네(源義經 1159-1189)가 권력을 잡은 형인 요리토모(源賴朝 1147-1199 鎌倉幕府의 初代將軍)의 박해를 받아 이 곳까지 숨어들었다고 한다. 정말 그 당시라면 길도 변변히 없는 이런 북쪽 끝까지 얼마나 비참한 생각으로 도망왔을까 싶다.
그런 인연으로 이곳에는 요시츠네의 이름을 붙인 곳이 몇 군데 있고, 지자체에서 돈을 들여 관광 자원으로 개발한 것 같다.

덕분에 공짜로 이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바다 구경하며 도시락을 먹고, 정말 설비가 좋은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 일 보아서 좋기는 한데,
뒤를 돌아보면 왠지 찜찜하다. 사진에 보면 나무로 지은 커다란 건물이 화장실이다. 이 뒤로 도로가 있고, 도로를 따라 동네가 형성되어 있는데, 큼직하게 잘 지은 어느 한 집만 빼고는 빛 바랜 회색의 목조주택들이 다 쓰러져간다. 가난한 어촌의 모습 그대로랄까.
이 북쪽의 여름은 짧고 바닷물도 차서 수영을 즐길 곳이 아닌데, 이렇게 떡 벌어지게 만들 비용으로 어느 정도껏 하고
나머지는 지역 주민의 집을 살기 좋게 고쳐주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곳을 떠나려고 하는데 어느 자동차 한 대가 우리처럼 쉬어가려고 들어온다.
난 길을 다니면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며 어느 지역에서 온 사람들일까 추측하는 것이 재미있는데,
이 번호판에는 "三河(미카와)"라고 쓰여 있어서 웃음이 난다. 우리가 온 나고야 근처의 지역이 三河라고 분류되기 때문이다.
60대 부부가 우리처럼 자동차宿을 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참 대단하다.
각지에 휴게소와 온천, 편의점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있어서 자동차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靑森縣 外ヶ浜町 三廐.


츠가루반도(津?半島) 최북단의 탓피자키(龍飛崎).
멀리 보이는 곳이 홋카이도(北海道)이고 이 사이의 바다는 츠가루해협이라고 부른다.

요시츠네 해수욕장을 나와서 얼마 안 가, 드디어 "카제노미사키(風の岬)"라고 불리는 츠가루반도(津輕半島) 최북단의 탓피자키(龍飛崎)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정말 말 그대로 바람이 엄청 분다. 바람이 강해서 그 바람을 타고 용이 날아 오른다고 할 정도니...

이곳에는 말로만 들은 "세이칸 터널 기념관(靑函トンネル記念館)"이 있는데 가는 길이 바빠 입구만 보고 돌아섰다.
세이칸 터널(靑函トンネル)은 츠가루해협의 海底에 만든 열차가 다니는 터널이며, 靑森縣 東津輕郡 今別町 浜名와 北海道 上磯郡 知內町 湯の里를 잇고 있다. JR北海道에서 관리하며, 전체 길이는 53.85km이고, 1988년 3월 영업을 시작하였다. 이 곳을 다니는 열차는 北海道 函館市와 靑森縣 靑森市 사이를 운행하는 츠가루해협선(津輕海峽線, 地上-海低-地上으로 달린다)으로 일반 열차이지만, 나중에는 신칸센이 다닐 수 있도록 터널 규격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기념관을 지나쳐 절벽쪽으로 오니 노래방에서 몇 번 불러 본 노래의 기념비가 있다.
그 제목이 "츠가루 카이쿄 후유케시키(
津輕海峽 冬景色 츠가루 해협의 겨울 경치)"이다.
그렇게 부르던 노래대로 겨울에 눈보라를 맞으며 기념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여기는 바람 많은 봄날씨다.

津輕海峽 冬景色

上野發の夜行列車 おりたときから 靑森驛は 雪の中 北へ歸る人の群れは 誰も無口で
 海鳴りだけを 聞いている 私もひとり 連絡船に乘り こごえそうな  カモメ見つめ 泣いていました
 ああ 津輕海峽 冬景色
 ごらん あれが龍飛岬 北のはずれと 見知らぬ人が 指を指す 息で曇る窓のガラス ふいてみたけど  はるかにかすみ 見えるだけ
さよなら あなた 私は歸ります  風の音が胸をゆする 泣けとばかりに  ああ 津輕海峽 冬景色
 さよなら あなた 私は歸ります   風の音が胸をゆする 泣けとばかりに  ああ 津輕海峽 冬景色


탓피자키 표식
 

 

 

 


 노래비

 

노래비 근처에는 작은 식당이 몇 곳 있었고, 역시나 우체국에서 나온 직원이 우표첩을 팔고 있었다.
아직 오전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 거센 바람을 맞으며 앉지도 않고 서서 우표첩을 들고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하나 샀다.
아니 꼭 그래서라기 보다는 여기 이 끝까지 왔는데 뭔가는 남겨야지.
비닐 파일 안에 이런 바탕 종이를 넣고 엽서 몇 장과 우표가 들어서 1000엔. 종이에 있는 사진들은 이곳의 노래비, 풍력 발전기, 그리고 일본에서 유일하게 여기서만 계단으로 된 국도 339번 모습을 담고 있다. 우표는 아오모리시의 네부타마츠리와 사과를 나타낸다.

탓피자키(龍飛崎)에서 내려와 마을들을 지날 때면, 내가 사는 곳과 정말 집들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각 지역마다 집 구경을 하며 여기까지 올라와 보니, 물론 전국 체인점을 가진 회사에서 지은 집은 어디나 비슷하다. 그러나 조금씩 지역 차이가 느껴지는데, 왼쪽에 있는 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좀 깨끗하고 번듯해서 일부러 차를 세우고 찍었다.

그리고 오른쪽 집은 내가 사는 지역의 농촌 집이다. 대부분의 농촌 집들이 서양식이 아니면 이런 전통 모양새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관문은 하나고, 창문마다 아마도(雨?)라고 해서 비가 오거나 외출시에 닫아두는 판자문이 다 달려있다.
사진에 2층 창문의 양 끝부분이 판자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아마도를 첩첩이 넣어둔 곳으로 필요시에 하나씩 당기는 미닫이식이다.

그런데 아오모리의 왼쪽 집은 현관이 2重이다. 눈이 많이 와서 옷을 털거나 할 장소도 필요하고, 찬 바람이 집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 또한 창문에는 아마도가 없고 춥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는 유리창이 한 장뿐인데 여기는 이중 유리이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것은 처마밑 모양이다. 왠지 토착민이었던 아이누족 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집 구경을 하며 예전에 보았던 커다란 사과나무를 보러 이와키산(岩木山)  아래 동네로 갔는데
도로가 더 넓어져서 그런지 그 곳을 찾을 수가없었다. 그거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고 보니 나무도 나무지만 바쁘게 다니기만 해서인지 아오모리까지 와서 사과 하나 사 먹지를 못했네...

대신 특별한 온천 구경으로 사과는 잊어야지... 이 저녁에 아오모리현의 가운데쯤 있는 스카유(酸ヶ湯)에 들러 하루를 닦고,
고속도로(東北自動車道)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아키타현(秋田縣)의 유명 온천지역에서 겨우 쉴 수 있었다.

 

토호쿠로 가는 길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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