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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한 기차여행   靑春18 티켓

 

靑春18티켓(靑春18きっぷ)! 아, 그 옛날의 무언가 아스라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어디론가 훌쩍 혼자 나들이를 하고 싶게 만드는 이름의 열차 표... 이런 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N아줌마와 친분이 쌓이면서이다. 외손녀를 둔 60대 초반의 할머니이지만 마음은 원기 왕성한 20대로 낮에는 거의 집에 없을  정도로 여기 저기서 하는 일이 많은 분이다. 자신이 만든 작은 봉사 단체의 일을 하면서 단지 사진 찍기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들어간 사진 동호회에 나를 꼬셔서(?) 입회시키고... 자신도 사진을 찍고 나에게 일본의 시골 구경이나 유서 깊은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아줌마....


1999년 4월 9일,  5번을 다쓰고 기념으로 받은 티켓

1998년 8월11일, 드디어 사진 촬영을 위한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오카야마(岡山)현의 쿠라시키시(倉敷市)까지 열차로 가니  교통비는 걱정하지 말라며 '청춘18티켓'을 보여주었다. 나 이외에 같은 동호회의 H아줌마도 가는데, 개찰구 앞에서 역무원에게 작은 표를 보이니, 거기에 도장을 3개 찍어주며 입장하라고 한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 표 하나에 5개의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 어찌 되었건 공짜 여행이기에 왠지 희희락락..

N아줌마가 보통 열차와 쾌속 열차의 시간을 미리 조사했기에 시간에 맞춰서 9시쯤 탑승. 한참을 가다가 히메지역(姬路驛)과 오카야마역(岡山驛)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며 3시간 20분만에 쿠라시키(倉敷)에 도착.  목적지는 '쿠라시키 美觀地區'로 작은 쿠라시키강을 사이에 두고 옛날 전통 가옥과 유명한 大原미술관이 있는 곳이다. 땡볕에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조금 찍고 다시 열차 시간에 맞춰 타고 新오사카역(新大阪驛)에 돌아오니 저녁 6시 반경. 이런 식의 여행을 두 번이나 더 하게 되었다. 1998년 9월1일 오카야마현 비젠시(備前市)의 시즈다니학교(閑谷學校)와 도예촌 구경.   1999년 4월9일 효고현(兵庫縣) 佐用町 히라후쿠(平福)동네 구경.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나는 실제 목적지보다 열차를 타고 마음 편하게 다닌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이제까지는 대개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서 얼른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휭하니 돌아왔기에 '여행의 여유로움'을 잘 못 느꼈다. 그러나 이 열차여행은 일단 매우 적은 교통비로 다닐 수가 있어서 시간은 많으나 빡빡하게 사는 주부들에게 적합한 것 같다.


신오사카역 도시락

그리고 열차 속에서 온갖 수다와 함께    지나가는 역에서 유명한 도시락을 사 먹을 수가 있으니 피곤함을 모른다. 일본의 각 지역에는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면서도, 시골 여기 저기 깊숙이 까지 열차가 다니기에 시간만 잘 조정한다면 하루에 갔다올 수가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소박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한 이 열차 표가 참으로 고맙다. 이 열차 표는 1982년 3월1일 처음 발매되어 여러 번 이름이나 사용 방법이 바뀌어 왔으나, 1996년부터 한 사람이 표 한 장으로 5회(5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한 사람이 다 쓸 수도 있지만,  어느 하루에 다섯 명이 한번에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11500엔으로 1회(1인)당 2300엔이니 어딘가를 왕복으로 여행한다면 엄청 싼 것이다. 내가 갔다 온 쿠라시키의 경우 그냥 간다면 편도3260엔이나 지불해야 했다. 싼 가격에 어느 역에서나 내려서 그 지역을 구경하고 다음 열차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탈 수 있는 열차는 보통과 쾌속의 자유석만이다. 신칸센이나 특급, 급행을 타다 적발되면 그 요금을 다 물어내야 한다.
이런 혜택은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일 년에 세 번 있다.  티켓의 발매 기간은 봄에는 2월20-3월31, 여름은 7월1일-8월31일, 겨울은 12월1일-1월10일이다. 사용 기간은 봄에는 3월1일부터 4월10일까지, 여름에는 7월20일부터 9월10일까지, 겨울에는 12월10일부터 1월20일까지이다.

그리고 발매 기간 이전부터 멋진 포스터로 선전을 하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나가던 JR역에서 우연히 이런 문구가 쓰여진 포스터를 본다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思わずおりてしまう,という經驗をしたことがありますか."(무심코 내려 버린,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마음이 쉬고 싶을 때, 한적한 시골 역의 분위기에 반해 타고 가던 기차에서 훌쩍 내려 버린 경험...  (1999년 겨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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