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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베(白壁) 보존 지역 (2)  구 토요타(豊田) 저택

 

이 집은 토요타사스케(豊田佐助)라는 사람이 1923년(大正12년)에 세운 것으로, 서양식과 일본식(일본인들은 和風라고 한다. 반대는 洋風)의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문화유산이다.

동네가 예전부터 무사 계급의 주택가로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던 곳이었기 때문에,  서양 문물이 들어오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돈을 번 기업가들의 저택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당시로서는 최첨단 유행인 洋風을 和風의 집에 조화롭게 받아들인 것이다. 토요타사스케 역시, 현재 토요타(TOYOTA) 자동차의 모태가 되는 토요타방직(豊田紡織)의 사장인 토요타사키치(豊田佐吉)의 동생으로 여러 관련 기업을 맡아 경영했던 사람이다.

대문을 들어서먼 이런 서양식 건물이 먼저 있다.

이 집은 이런 배경의 사람이 세워서 그런지 여러 격식을 제대로 갖추고, 당시에 사용했던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일반 민가를 구경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은 있지만, 생활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부엌, 욕실, 보일러실, 변소, 일하는 사람들의 방 등이 있던 뒷 건물이 너무 오래되어서 허물었고 빈 터만 남았다. 그래도 집안을 구경하며 보니, 왜 일본인들이 이런 오래된 집을 보존하고, 구경하러 오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옆으로 전통 집이 붙어 있다.

전체 건물에는 흰 타일을 붙였고, 현관을 겉에서 보면 다른 서양의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들어가 보면, 왼쪽의 사진처럼 바닥에서 신발을 벗고, 2단으로 된 마루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나라 집과 비슷해서 이게 뭐 신기하랴 하겠지만, 이런 형태가 우리나라의 현대 주택 양식의 기본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관(玄關)"이라는 말부터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고, 일본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시기는 1400년대(室町時代 中期)쯤이다.

 

그 전에는 우리나라 고려시대의 집 구조와 비슷한 형태이고, 민가의 경우는 집 한 채의 정면에 문(오오도, 大戶)이 있어서 열고 들어가면 그냥 흙바닥에 부뚜막이 있고 그 옆으로 잠자는 곳이 있던 양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권력을 잡은 무사(武士)들의 집이 쇼인즈쿠리(書院造)라는 양식으로 조금씩 발달하면서, 방바닥에 타타미를 깔고, 종이를 바른 문으로 칸을 나누고, 토코노마(床の間)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당에서 신발을 벗고 툇마루로 올라가 곧장 방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특별히 손님을 정중히 모시기 위해 집 안의 한 편에 개별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공간은 그 당시의 불교 사원의 입구를 본 딴 것인데,

참고로 어느 전통 집에 만들어진 현관의 모습. 제일 왼쪽이 중요한 손님이나 주인이 들어가는 대현관, 가운데가 중현관, 오른쪽은 보통의 입구로 오오도(大戶)라고 한다. 대현관에서는 보통의 마루에서 한 두단 내려온 곳에 신발을 벗는 섬돌이나 나무 판이 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 이렇게 세 군데의 입구가 다 모여있다. (山川出版社)

 

 사원에서는 여기를 일단 "바깥 세상에서 종교적인 세상으로 들어오는, 심오한 도리에 들어가는 관문(玄妙なる道に入る關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그래서 이 말에서 "현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양식은 무언가 달라 보이고 격식이 있어보이는 것 같아, 토코노마와 함께 무사들의 권위를 나타내는 한 건축양식이 되었고, 무사들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곳을 통과할 수 없어서 집 뒷편으로 캇테구치(勝手口)라는 뒷문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 때 만들어진 양식들이 현재 일본 전통 집의 원형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흘러들어 온 것이다. 서양의 집들은 정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발을 벗지 않기 때문에그냥 넓은 공간이 있을 뿐인데, 현관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는 문화에서나 생겨날 수 있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관에서 보면 양옆으로 위의 왼쪽 사진과 같은 방(응접실)이 있다. 바닥에는 카펫트, 소파와 탁자, 커다란 창문에 커텐, 천장에는 멋진 전등이 달려있는 꽤나 돈을 들여 꾸민 방이다. 방 한 쪽에는 전축이 있는데, 단지 그냥 장식이겠지라고 생각했더니 안내를 해 주던 할머니가 무슨 "맘보"라는 레코드판을 틀어준다. 소리도 아직 좋고... 이것도 토요타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천장의 네 귀퉁이에는 환기 구멍이 있는데 가만 보니 학 모양이지만 "토요타(トヨタ)"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의 사진에는 서양식 건물 옆에 있는 전통 건물과의 이어지는 입구가 보이고, 전통 집 안의 길다란 툇마루 겸 복도이다. 벽에는 가스등(등유를 넣어서 불을 밝힘)이 달려있다.

오른쪽 사진은, 현괸에서 들어와 서양식 방을 지나 꺽으면, 전통 집으로 통하는 이런 복도가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벽 한쪽은 전통 양식으로 나무를 대었다. 나머지는 그대로인데... 그리고 바닥을 마루로 한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오른쪽과 왼쪽 사진은, 1층의 전통적인 방으로, 자세히 보면 방 네 개가 붙어있다. 이런 구조는 농촌에서 많이 쓰는데, 밭 전(田) 자 모양의 방이라고 한다. 방 네 개의 주위로는 빙 돌아 복도(툇마루)가 있으며, 한 구석에는 화장실이 있다.

위의 왼쪽 사진에서 앞쪽에 있는 두 개의 방이 중심 방이고, 오른쪽의 사진처럼 토코노마가 있는 쇼인즈쿠리로 되어있다. 좀 사진이 어둡게 나왔지만, 벽에는 벽지를 바르지 않고 고운 흙으로 마무리를 했으며, 방과 방 사이를 나누는 후스마(ふすま, 나무로 틀을 짜서 양면에 종이를 붙인 문)라는 문에는 금박을 붙인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토코노마가 있는 방의 바깥 복도(툇마루)에서 보면 이런 모습인데, 아주 예전에는 복도에 유리를 달은 문이 없었지만, 이 시기에는 이렇게 해서 겨울에 덜 춥도록 하였다. 그러나 문 아래에는 환기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나무 조각으로 막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열 수 있다. 방문은 종이를 바른 평범한 문이지만, 사진에서처럼 문 안에 다시 창문을 만들어, 한 겨울에 방문을 다 열지 않고도 정원에 내리는 눈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말 그대로 이런 창을 유키미마도(雪見窓)라고 한다.

1층의 툇마루에서 정원으로 나오려면 이런 큼직한 섬돌을 밟으며... 섬돌 뒤로는, 일본 집에는 온돌이 없어 습기가 차지 말라고 그냥 땅 위에서 5-60 Cm정도 올려서 짓기 때문에 뒷마당까지 훤히 다 보인다.

위의 오른쪽 사진은 1층의 중심되는 방 뒤편에 있는 방으로 여기에는 오시이레(押し入れ)가 있다. 우리의 다락과도 비슷하지만 붙박이장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물건들이 들어가며, 어른이 두 명 정도는 들어가 누울 수 있는 크기이다.

왼쪽의 사진에서, 이 방들은 서양식 건물의 2층에 있는 것으로, 아래층은 멋있게 꾸민 서양식 방이지만, 여기는 절충을 하였다. 자세히 보면 두 개의 방이 있고, 주위로는 빙 돌아 툇마루가 있는데,

서양식 벽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정말 복도라고 할 수 있다. 베레모의 할아버지는 이런 구조가 일본인이 직접 서양식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극찬을 하였다. 하긴, 코베(神戶)시에 있는, 이 시기에 지어진 외국인들 전용의 주택가에 가서 보면 이런 구조는 절대 볼 수 없다. 그리고 위의 오른쪽 사진처럼, 방과 방 사이의 후스마 위에는 이런 란마(欄間)가 있어서 옆 방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이 흠이지만 통풍이 잘 되게 하였다.

왼쪽 사진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안내하던 할머니가 일부러 보여준 툇마루의 한 구석이다. "ㄱ"자로 만나는 부분을 일일이 "入"자인지 "人"인지 잘 구분이 안되지만 이렇게 깔끔히 하다니 좀 놀라웠다. 그리고 오른쪽은, 현관 입구에 걸린 거울과 옷걸이이다.

왼쪽은, 툇마루(복도) 유리 문의 잠금 장치로 구멍에 열쇠와 같은 것을 넣고 돌려서 잠그는... 그리고 오른쪽은 전기 스위치이다. 밑의 검은 부분을 콕 눌러 안으로 들어가면 불이 켜진다.

왼쪽은, 전기 스위치 윗 벽에 붙어 있는 전기함. 현재와는 많이 달라서 마치 어린이 장난감을 보는 듯 하다.

오른쪽은,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찍은 대문이다. 서양식 건물을 지었으니 그에 맞게 돌기둥을 세우고 문패를 달았으며, 그 옆으로는 소나무를 심어 드리우니 이 집안의 권위를 드러낸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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