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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정감의 시부(澁) 온천 (1)

 

 
고속도로에서 본 나가노현(長野縣)의 산들.

뜨거운 온천 물에 들어간 원숭이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나가노현(長野縣 下高井郡 山ノ內町)의 시부 온천(澁 溫泉)을 향해 출발!  

한 시간 반 정도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다 보니 저 멀리 거의 3000m 높이의, 눈 부시게 하얀 산들이 푸른 하늘을 짊어진 것처럼 떡 버티고 서있다. 도로변이나 집들 뒤에 있는 산에는 눈이 쌓이지가 않았는데 그 뒤편의 산들은 녹을 새도 없이 계속 쌓여 어딘가 신비롭게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눈 덮힌 높은 산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더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언젠가 들은 "유키구니(雪國, 川端康成의 소설)"라는 말이 정말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시부온천의 야경.

소설의 내용은 어찌 되었건, 깊은 산 속의 눈 부신 하얀 세상... 그리고 따뜻한 노천 온천욕...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 보며 열심히 흰 산을 향하여 달려갔다. 고속도로인 上信越自動車道의 信州中野 IC에서 내려 국도292번을 타고 조금 헤매다 보니, 어느 산자락 밑에 작은 하천을 끼고 아담하게 자리잡은 시부 온천이 보인다.

좀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목적인 원숭이들의 목욕 장면을 보기위해 부랴부랴 지고쿠다니 온천(地獄谷溫泉)을 향해서 등산...

올라갈 때는 시부 온천 마을 뒤편으로 갔었는데 내려올 때 보니 다른 사람들이 전부 다른 길로 가길래 따라 갔더니... 눈이 녹아 진창길이었다. 거리도 더 멀고... 시부 온천의 하천 건너편에 있는 칸바야시 온천(上林溫泉)으로 통하는 길이어서 빙빙 돌아 시부 온천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점심도 못 먹은 채 춥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이 찌부퉁하다. 예정상으로는 얼른 원숭이들을 보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지쳐서 아무 생각이 안난다. 일단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주차장 근처의 온천에서 휴식...


관광 안내서에 있는 시부 온천 마을의
중심 거리 그림.

어느새 날은 저물고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니 조바심이 난다. 어디서든지 하룻밤 묵어야 하는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들어갈 방이 있을지... 예약을 안하면 식사 준비가 안된다고 손님 받기를 거절하는 곳이 많은데... 

마을 입구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니 36군데(나중에 보니 8천엔부터 3만엔까지 하는 여관들이다)나 있는 여관 중에서 1인당 얼마짜리를 찾느냐고 한다. 얼마가 좋을까... 관광 상품 안내서에 보면 대개 주말엔 2-3만엔 정도라고 하는데... 그리고 스키장의 펜션도 8-9천엔 정도는 하는데... 망설이다가 1만엔짜리를 물어보니 딱 두 군데 있는데 한 군데는 다 찼고, 나머지 한 군데에 우리가 간다고 연락을 해 주었다.


비에 젖은 마을 중심 거리.

마을 지도를 받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일방 통행인 좁은 길 양편으로 목조 건물의 오래된 듯한 여관들이 줄지어 있으며, 여기서 숙박하는 사람들이 유카타(浴衣)를 입고 나막신을 신고 돌을 깔아 만든 길을 따각따각거리며 걷고 있었다.

순간 찡하게 온천 물 특유의 유황내가 코를 찌르고... 아~~ 이런 곳이 진짜 오래된 온천 마을이구나... 우리도 드디어 이런 온천 여관에서 묵어 보는구나...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반드시 TV에서 온천 여관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언제고 좋은 여관에 한 번 가서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는데 진짜 온 것이다.

물론 그리 비싼 여관은 아니지만 마을 전체 분위기가 아늑하고 소박하게 정감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온천 물 냄새를 맡으며 이제까지의 피로를 던져 버리고 어딘가로 깊게 깊게 잠겨 버리고 싶은 느낌이다.

이 곳은 1200년전에 어떤 승려에 의해 발견된 후로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터를 닦아왔다. 그래서 시간의 흔적과 사람들의 손 때가 묻은 마을의 모습을 보니, 크고 호화롭게 지은 현대식 호텔의 온천 마을보다도 어딘가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여유가 푸근하다.


우리가 묵은 여관의 방 사진. 실제는 이보다 좀 더 낡았다.

우리가 들어간 오자와야(小澤屋)라는 여관도 사진은 처음 개업 당시에 찍은 것이라 깨끗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손 볼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늑한 방에 들어가 주인 아줌마가 따라주는 녹차를 한 잔 마시니 후우~~~ 늘어지려는 몸... 그래도 이왕 이런 여관에 왔으니 준비된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저녁6시 식사 시간까지, 숙박하는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들어갈 수 있도록 열쇠를 주는, 9군데의 공동 목욕탕인 "소토유(外湯)" 중에서 몇 군데를 돌아보려고 여관을 나왔다. 얇은 유카타 속으로 찬 바람이 마구 들어오지만 나막신(게다 下馱)을 신고 따각따각 걷는 것이 재미있어서 세 군데의 탕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잘 나온 저녁 식사


 

추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방에 들어오니 식사를 가져왔다. 예전에 비슷한 돈을 내고 들어간 펜션에서 먹었던 것을 생각하고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식사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아침 식사

 
 코타츠의 안쪽을 보기 위해 이불을 들추었다.

따뜻한 코타츠(こたつ, 왼쪽에 보이는 상의 아래가 코타츠이다. 원래 상의 안쪽에 전열기구가 붙어있어서 상 아래 부분을 따뜻하게 한다. 전열 기구에는 발이 닿아도 데지 않도록 망이 있다.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 위에서 담요를 방바닥까지 닿도록 덮고,

다시 그 위에 판을 깔아 이런 저런 용도의 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안으로 발을 넣고 식사를 하니, 차게 식은 음식을 먹어도 추운 줄을 모를 정도다. 맛있게 밥을 다 먹고 나니 집이 아니어서 그런지 심심해진다. 달리 구경거리가 없으니 다시 남은 여섯 군데의 공동 목욕탕을 돌아다니며 온천 냄새를 실컷 맡기.

다음날 아침 식사 전에 마을 구경을 하는데 역시 재미난 곳이 있었다. 전날 들어간 온천목욕탕(이 곳 이름이 야쿠토오신겐카마부로, 藥湯信玄*風呂)에서 희한한 그림과 그림 그대로 조각된 바위를 보았는데, 그것이 마을 한가운데 떡하니 모셔져 있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그랬듯이, 남녀의 성기 모양을 만들어 오곡(五穀)의 풍년풍작(豊年豊作)과 다산(多産)을 기원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을 일본 전통 그림인 "우키요에(浮世繪)"의 유명 화가 카츠시카호쿠사이(葛飾北齊1760-1849)가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제목은 "男女和合道祖神"이며, 조각상을 만들어 성황당과 같은 마을의 한 상징으로 모셔놓았다. 관광객들이 보아도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조각상 밑에 흐르는 온천 물을 조금 퍼서 끼얹어 주는 것이 한 공양 방법이다. 이런 소박한 신앙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온천 마을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으면 좋겠다.


재미난
男女和合道祖神에 온천물을 세 번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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