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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가정을 보여주는 만화영화  사자에 상( サザエさん)

 


TV만화의 시작 부분, 맨 앞줄에서 걸어가는 사람이 사자에이다.

일본 TV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animation)들은 거의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 "사자에 상(サザエさん)"만큼은 보기 힘들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예전에는 너무 일본의 생활상이 드러나는 장면이 많아 제약을 받았을만 하다. 내용도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어른들의 생각을 많이 담았고,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여서 그리 신기한 것도, 예쁜 것도 없으니 시청률 경쟁에서는 쳐질 것이 빤한 작품이다.

이 만화영화는 매주 일요일 오후6시30분-7시까지 후지TV(フジTV) 계열 방송에서 방영을 하는데, 일본어 공부를 시작할 무렵 처음 보았을 때는 어떤 면에서 일본어 공부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가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는 이런 장면이 빠짐없이 나온다. 왼쪽부터 보면 주인공인 사자에, 어머니, 아버지, 남편, 그리고 앞줄의 왼쪽이 사자에의 아들, 여동생, 남동생이다. 때가 겨울이라 식사를 하는 상이 코타츠이다. 춥지 말라고 코타츠 전용 이불을 덥고 상 밑으로 발을 넣으면 따뜻한 전열기구가 상에 붙어있다.

아직 말 한마디 한마디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위기로만 보아도 다들 예의 바르고, 말 표현도 어렵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려나가는 것이 대단한 재미는 없지만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러려니 라는 생각에 즐길 수 있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어느 아는 아줌마에게 말했더니, 일본의 예의 바른 가정, 그리고 시부모 며느리 사이를 잘 그린 것이라고 했다.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그런가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어째 좀 이상하다. 시아버지와 아들 역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말 씀씀이가 아버지와 아들 같아 보이지 않았고, 드디어 어느 날에는 장인과 사위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딸이 부모 집에 얹혀사는 상황이었다.(어떤 면에서는 모시고 산다고 할 수 있다)

 


늘 앉는 위치도 똑같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무릎을 꿇고 밥을 먹는다. 코타츠를 치우고 나면 이런 둥근 상을 사용한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도 이런 둥근 상을 사용하였던 같다. 둥글게 둥글게 화목하자고...

먼저 주요 등장 인물을 보면, 아버진인 이소노나미헤이(磯野波平 54歲), 어머니인 이소노후네(磯野フネ 50歲), 장남인 이소노카츠오(磯野カツオ 11歲), 둘째 딸인 이소노와카메(磯野ワカメ 9歲), 첫째 딸인 후구타사자에(河豚田サザエ 24歲, 일본에서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 사자에의 남편인 후구타마스오(河豚田マスオ 28歲), 사자에의 아들인 후구타타라오(河豚田タラオ 3세)가 있다.

이렇게 같이 살게 된 이유는, 원래 사자에의 고향은 큐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시인데 아버지가 토쿄(東京)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가족 모두 이사를 해서 살다가, 첫째 딸인 사자에가 선을 보아서 후구타마스오와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는 이웃 아파트에 살았는데, 주인과 마찰을 빚어서 갑자기 쫓겨나게 되었으며, 다른 아파트를 빌릴 때가지 잠시 친정에 머물게 된 것이다.


원작 만화의 거의 처음에 나오는 장면이다. 아직은 결혼 전이라 부모형제만 있다. 그런데 당시의 부엌이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커다란 솥에다가 밥을 하고, 그 옆에는 설거지 하는 곳이 있으며, 벽에다가 쇠걸이를 만들어 행주를 걸어서 말렸다. 그리고 당시에는 좀 서양식을 따르는 듯한 여성이 한 발 앞선 느낌이라 보통 서민의 후줄근한 옷차림새가 아니고 예쁜 앞치마를 둘렀다.

이렇게 살은 지 어언 30여년. 아니 사자에의 나이가 몇 살인데 왠 30여년? 현재 TV에서 진행되는 만화에서 주인공들의 나이는 이렇지만, 이 만화의 역사를 따져보면 참 긴 시간이 흘렀다.

이 만화영화의 원작은, 하세카와마치코(長谷川町子 1920-1992)라는 여류 만화가가 1946년 어느 지방의 석간 신문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자에라는, 한 집안의 미혼인 딸을 중심으로 가족 내의 이야기나 ,당시 패전후의 일본 사회상을 따뜻하고 깔끔한 감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많은 호응을 얻었다. 아마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나름대로 똑 부러지게 행동하고, 가족들을 다독거리며 이웃에게도 친절하고 무슨 일이든지 도와주려는 사자에의 모습이 당시 일본의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1947년에는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고, 1949년부터 1974년까지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이런 중에 1955년에는 일본방송(日本放送)의 라디오 연속 홈 코메디로 "사자에상"이 방송되었다. 실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릴 적에 몇 번 들은 적이 있는(지금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한 라디오 드라마가 생각난다. 어느 아줌마네 집을 중심으로 옆집,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린 홈 코메디... 제목이 뭐더라... 거기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이 만화와 흡사하다.

라디오에서도 반응이 좋아 드디어는 TV 만화영화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1969년 10월5일 후지TV(フジTV)에서 시작을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현재 이야기가 5000회를 넘었다. 한 가정을 중심으로 이웃과 아이들 학교, 남자들의 직장 이야기를 다루는데 5000회를 넘다니... 대단하다.

주인공들은 전혀 나이를 먹지 않고, 배경이 되는 집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 당시의 사회상이 반영되는 것이다. 예로 샐러리맨인 사위, 후구타마스오가 예전에는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를 위해서라도 테니스를 쳐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골프채를 들고 왔다갔다 한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무슨 돈이 많아 저러나 싶기도 한데, 일본의 딱 중류 계급의 가정을 풍요롭지도 않게 모자르지도 않게 그리고 있다.

별 심각한 고민거리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현실과 좀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도 있어, 외국인들이 보면 일본의 가정은 다 이렇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3월3일의 히나마츠리가 되기 전에 집 한 구석에 진열하는 히나닌교. 사자에상은 결혼을 했지만 자기 여동생이 아직 어리니 언제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TV의 다른 프로에서 나오는 가정들은 정말 보기에도 민망한 장면, 서로간의 관계가 마구 붕괴되는,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아 또 그런 것이 일본의 전부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전체 일본의 가정을 나타낸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슴 깊이 외치면서 찾고자 하는 희망을 조금씩 이 만화에서는 그려가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자연에는 무수한 변화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늘 같음"을 유지하듯이, 사람 사는 것도 어려운 일, 복잡한 일이 많아도 가족과 함께라면 헤치고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토코노마(床の間)가 있는 방에서 할아버지가 외손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이가 들었어도 자식들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고 대화가 통하는, 집안의 중심인 할아버지이다.

 

 

일본의 식사 예절이라고 할까, 집집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상 위에 미소시루(된장국)를 담은 검은 그릇이 있고, 밥그릇은 상 옆에서 밥을 담아 줄 때까지 그릇을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는 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다. 만약 내려놓고 먹으면 "개가 먹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수저는 없고 젓가락만 사용한다.

 

사자에의 두 동생의 공부방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사자에 가족의 침실이다. 이렇게 요, 이불을 펴고 자는데,  방 바닥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좀 두텁게 깐다.

 

왼쪽은 마당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근대에 지은 전통 집은 이렇게 방문이 있고, 좁은 마루가 있으며 마루에는 유리문이 또 달려있다. 그리고 마루 아래에는 신발을 벗는 섬돌이 있다. 여자들은 앉을 적마다 무릎을 꿇고 않는 것이 예의바르다고 생각한다.

집의 전화는 전화대가 따로 있어서, 대개 현관에서 들어서는 입구 복도에 두었다.

 

현관에서의 장면인데, 좀 특이한 것이 있다면, 사자에는 서양식 앞치마를 했으나, 어머니는 캇포기( かっぽうぎ 또는うわっぱり )라는 가리개를 하였다. 일을 할 때 기모노가 더러워지지 않게 하려고 앞에만 입는 옷이다. 소매가 있으며 목 뒤에서 한 번 묶고, 허리에서 또 묶는다. 지금도 나이 든 분들은 이런 차림으로 일한다.

오른쪽은 사자에가 이 집안을 이끌어 나간다는 상징적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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